2010. 4. 22. 11:38

검찰의 굴욕. `스폰서` <PD 수첩> 보도 이후 엄청난 파문

`검찰의 굴욕`…사상 첫 민간 진상규명위 조사받는다

`금품ㆍ향응 검사 X파일` 관련…김 총장 "사실이라면 창피"

100여명의 검사가 한 건설업자로부터 지난 20여년간 금품, 향응, 성접대를 제공받았다는 이른바 '검사X파일'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이 외부 민간인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번 검사 향응 수수 의혹에 대해 범죄 혐의자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게 될 전망이다.

검찰은 21일 김준규 검찰총장 주재로 비상간부회의를 열어 외부 민간인사를 위원장으로 하고 위원회 3분의 2 이상을 민간인으로 채운 진상규명위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간인 수사가 본업인 검찰이 거꾸로 민간인에게 비리 관련 조사를 받는 굴욕적 상황이 된 것이다. 진상규명위는 8~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사무실은 삼성특별수사본부가 사용했던 서울고검 15층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진상규명위 안에 채동욱 대전 고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떡값 검사' 리스트를 공개해 검찰 내에 특별감찰본부가 구성되고 이어 특별검사팀이 발족된 적은 있지만, 검찰 내부 비리와 관련 외부 민간 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규명위가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은석 대검 대변인은 "(검찰 의혹과 관련해)민간인을 위원장으로 하는 민간조사위원회가 꾸려지는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 홍병문 기자


검찰, 스폰서 제보자 ‘협박죄’ 처벌 검토..

검찰이 이른바 '검사 스폰서'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단을 꾸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제보자에 대한 모든 민·형사적 대응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잘못된 과거의 행적을 단호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귀남 법무장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조은석 대검 대변인은 "(검사)개인적으로 대응할 수는 있지만 대검 차원에서 제보자 처벌을 검토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21일 "정씨에 대해 민사·형사 등 모든 처벌 방안을 찾고 있다"면서 "검사 '협박죄' 성립 여부도 따져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부산지검 검사에게 돈을 줬다고 주장하면서도 진정서를 대검찰청이나 서울중앙지검 등 다른 검찰청이 아닌, 부산지검에 제출한 것은 자신의 사건을 잘 처리해라는 '협박'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형법상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를 물도록 하고 상습범인 경우 2분의 1까지 형을 가중토록 규정돼 있다. 정씨는 2008년 12월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수사 받던 이모씨로부터 사건 무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가 기소됐고 이후 "승진을 도와주겠다"며 경찰 간부에게서 5000만원을 받았다가 추가 기소된 상태다. 정씨는 "차용증을 쓰고 빌린 돈을 검찰이 청탁 대가로 조작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이낸셜 뉴스 / 정지우 기자


“대검은 홈피 주소도 스폰서?”…조롱·패러디 봇물

"대검찰청 홈페이지 주소는 스폰서(sponsor)의 약자?"

방송 이후 대검찰청 홈페이지는 방문자가 폭주해 21일 오후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언급된 검사들이 다수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진 부산지검의 블로그는 이날 문을 걸어 잠그고 비공개 블로그로 전환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방송에 실명이 거론된 검사들이 검색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PD수첩과의 전화통화에서 "너 누구야? PD야?"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검사장급 간부의 이름은 방송 이후 계속 검색 순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검찰에 대한 비난과 함께 패러디를 통한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대검 홈페이지 주소가 'www.spo.go.kr'인 것을 지목하면서 "홈페이지 주소까지 스폰서(sponsor)인가?"라고 비난했다. 이외에도 '이참에 검찰청 지하에 룸싸롱(룸살롱)을 하나 만들어라."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더니 가까워지려고 그랬나 보다."라는 등 조롱과 '떡찰' '떡검' 등 원색적인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반면 PD수첩 게시판에는 응원의 댓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아주 통쾌하고 시원했다. 지지를 보낸다." "PD수첩의 스폰서는 국민이다. 힘 내라."며 제작진을 격려했다.

인터넷서울신문 / 맹수열기자


검찰 비리 폭로 `PD수첩`, 예능 프로 눌렀다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PD수첩`이 KBS 2TV `승승장구`와 SBS `강심장` 등 예능프로그램을 제치고 화요일 심야 시청률 1위에 올랐다.

20일 방송된 `PD수첩`은 검사와 스폰서의 밀착 비리를 폭로한 `검사와 스폰서` 편을 방영해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이날 `PD수첩`은 11.0%의 시청률을 올려 동시간대 방송된 `강심장`(10.1%)과 `승승장구`(8.4%)를 제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현직 검사인 한승철, 박기준 검사 등의 실명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성접대를 받았다는 내용도 보도되면서 검찰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이데일리 SPN / 김영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