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7. 11:26

김진명 신작소설 `글자 전쟁`

글자전쟁 - 6점
김진명 지음/새움

작년 `싸드(THAAD)`에 이어 올해에도 김진명 작가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여기서는 싸드 말고도 나라가 시끄러웠던 `방산 비리`와 무기 구입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그 속에서 비상한 머리와 수완 좋은 솜씨로 중개업을 하며 수익금을 챙기는 브로커가 주인공이고, 그의 목표는 어서 500억을 벌어 젊은 시절에 은퇴한 후 캐나다 어디쯤에 자리를 잡고서 연어 낚시나 하며 사는 것.

하지만, 세상과 운명은 그런 그가 잘되는 꼴을 못보겠다는 건지 시련의 나락으로 몰고가서 국가적 사건으로 커져버린 엄청난 비리에 휘말려 하루 아침에 검찰청을 들락거리며 졸지에 범죄자로 변해 철창신세를 지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맞아 에라~이, 중국과 북한의 접경 지역으로 토끼는데 거기서 매일 빈둥거리는 백수 생활을 전전하다 전혀 새로운 사건과 마주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소설 속에 또 하나의 다른 소설이 들어 있는 액자 형식으로 중국의 치명적인 약점을 파헤치기 위한 소설을 써오던 작가가 죽기 전 맡아달라고 부탁하며 맡긴 USB를 얼떨결에 받게 되고, 그 속에 저장되어 있는 글들을 보면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그런데, 이 책 안에 들어 있는 가상의 소설이 어째 더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그것은 오랜 옛날 고구려 초기 시대 즈음을 배경으로 한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마을 습격과 주민들을 살육하는 미스터리 사건으로 시작하여 그 일을 벌인 원흉과 사건의 진상을 풀고, 해결해나가는 지방 태수와 중앙 정부의 고위 관리가 활약하는 추리가 담겨 있는 이야기입니다.

어찌보면 무기 중개업으로 돈을 벌던 한 젊은이와 먼 과거의 역사속에서 우리 동이족과 한족 간의 글자를 둘러싼 문명과 역사를 두고 벌이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별 상관없어 보이지만 무기 판매를 위해 한반도 대치의 불안한 상황을 이용하여 여론을 조성하고, 그저 한 몫 챙겨 돈이나 벌자는 한 젊은이를 사고 방식을 바꿔버린 소설가가 밝히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하하, 동명태왕께서는 자신과 백성이 다르지 않다고 보신 분이니 군자와는 다르오."

"군자란 인과 덕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선비를 일컫는데 어찌 백성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분을 군자라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충, 효, 예를 갖추라 백성을 종용하는 자가 군자라면 동명태왕께서는 틀림없이 군자가 아니오. 오히려 그런 관습에 묶이지 않도록 백성을 풀어주고자 하셨으니."

평생 유학을 신념으로 삼고 살아온 서백창은 을파소의 말에 발끈했다.

"신 서백창은 이제껏 충, 효, 예가 백성들과 떨어져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보시오. 서백창. 충, 효, 예란 필히 사람의 높낮이를 두게 마련이라 모든 백성들이, 하물며 자신까지 평등하다 보신 선태왕의 정신과는 오히려 반대요. 유학이 천하의 안정에 도움이 되기는 하나 백성과 백성을 신분 차이로 갈라놓게 마련이니, 가난하고 미약한 백성은 대를 거듭해 낮은 신분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선태왕의 생각이셨소. 무릇 왕 된 이라면 유학 그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고."

당장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은 서백창은 을파소의 말을 듣기만 해야 했다.

"맹자가 배불러야 예를 안다고 한 것은 바로 유학의 그 모순을 지적한거요. 예를 모른다고 백성을 못마땅하게 여긴다면 그것은 가난하고 미약한 백성을 학대하는 것과 다름없소. 진정한 예란 그 형식을 엄정하게 지키는 데 있지 않고 따스한 사랑을 서로 주고받는데 있소."

".........."

"동명태왕께서는 자신을 버려 평등을 실천하신 분이니 감히 유학의 좁은 세계에 가두어둘 분이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