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Currency Wars) 1, 2, 3
화폐전쟁 - 쑹훙빙 지음, 차혜정 옮김, 박한진 감수/랜덤하우스코리아 |
한 번씩 발표되는 미국이나 세계의 갑부 순위를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주식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그리고, 가끔 석유와 에너지 관련 산업을 일군 사람들이 들어가지만 요샌 워런 버핏 빼고는 거의 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라클 등 컴퓨터 기술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 CEO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는 단지 이것이 표면적인 것일뿐 실제 천문학적으로 막대한 재산을 가진 사람들은 정작 순위 자체에서 배제된다는 음모론같은 이야기들도 언뜻 언뜻 나오고 있다.
그들은 로스차일드, 록펠러, 카네기 등 엘리트라는 단어로 지칭되는 유대 자본 국제 금융가들로서 공식적으로 언급은 되지 않고 있지만 뒤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세상을 뒤에서 움직이는 세력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정말로 드러난 재산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안 보인다는 것인데 그러면 어떻게 그 많은 재산을 은닉했을까. 책에서는 그 핵심을 짚어준다. 여기에 핵심인 단어는 `기부`와 `재단설립`이다.
기부는 맨 위에 언급한 부자들도 많이 한다. 그래서 뉴스에 회자되고 사람들은 이들의 행위를 좋게 생각하게 된다. 기부를 하고, 재단을 설립하면 재산에 대한 소유권은 없어진다. 표면적으로 명의가 없어지니 당연하다. 그러면서 합법적인 세금 면제와 이미지 쇄신에다 재단을 통한 지배권이 강화된다. 단지 재산의 형태만 바뀌어진 것일뿐 여전히 그 돈과 재산에 대한 실소유주의 지위를 유지하니 그래서 그 많은 재단들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되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누군가가 했던 기부와 재단설립도 이와 같음을 쉽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기부와 청계재단 설립을 가지고 온갖 설레발을 치며 훌륭한 결단이라고 찬양하며 추켜세우던 찌라시들과 거기에 속아 이미지를 좋게보며 지지율이 상승했네 어쩌네 하던 사람들.. 다시 한 번 대중은 어리석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나는 꼼수다에서도 밝혔지만 청계재단에도 숨겨진 내막과 진실이 존재하지. 어쩌면 돈을 많이 가진 부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뭘 어떻게 하든 상관을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리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그 훌륭한 자리에 오를려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이라는 자리와 나라를 재산증식의 수단과 도구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자가 어떻게 국민들을 섬길 수 있겠나.
`화폐전쟁` 씨리즈는 여러모로 `그림자 정부`를 연상시키며 이래 저래 비교를 해보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다루는 소재가 동일하며 서로 이야기 내용에 있어 보완관계를 가지기도 하여 그림자 정부 경제편과 정치편을 한데 모아 규모를 확장시킨 것 같은 느낌의 씨리즈 1, 2편에서는 국제 환전꾼에서 시작된 유대 금융자본 세력의 역사를 그림자 정부 경제편보다 더욱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을 읽다 보면 먼저 읽었던 그림자 정부 경제편의 굵직한 사건과 요점만 짚은 내용들이 더욱 자세하고 확연히 다가와 거의 전말이 파악됨을 느낄 수 있다. 화폐전쟁 씨리즈는 유럽과 미국을 위주로 아시아 그 중에서 중국을 비롯해 일본과 엮여진 국제적 규모의 금융과 경제의 흐름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집필한 것이라 이 씨리즈에 없는 내용이 또 그림자 정부 씨리즈에 들어 있으니 이들을 모두 읽어 보면 더욱 큰 그림을 볼 수 있고, 작금의 세상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변화를 보는 눈이 더 밝아지리라 생각한다.
화폐전쟁 1편은 2008년 미국발 전세계 금융대란 직전에 출간되었고, 이때 베어스턴스는 파산을 한 상태에 이어 프레디맥과 페니메이마저 파산설이 나오며 결국 국유화되기 직전의 상황에서 향후 세계 금융시장의 동향을 정확히 짚어낸 점이 인상깊었다.
2편은 앞부분에서 이들 국제 유대 자본가 금융세력, 일명 엘리트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얽히고 설키며 19세기와 20세기를 이끌어왔는지에 대해 백과사전을 능가할 만큼 상세한 기술을 하고 있어 이런 종류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비할 바 없는 보고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지루한 독서가 될 양날의 검, 그 두 가지의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만약 후자일 경우에는 앞 부분은 건너 뛰고, 뒷 부분에서 1983년 우리나라의 KAL 007기가 소련 전투기에 피격되어 격추된 사건이 실린 7장부터 읽어도 좋겠다. 사실 내가 그랬다. 독서를 하는데에도 읽는 방식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으므로 본인이 읽고 싶은 부분만 읽어 요지를 파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어쨌거나, 이 사건은 그림자 정부에도 실렸고, 두 씨리즈 모두에서 엘리트들의 미국 맥도널드 하원의원 제거 프로젝트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동일한 견해를 밝히고 있지만 화폐전쟁 2권에서는 이전에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더욱 충격적인 내용을 토로하고 있다. 그것은 대한항공 여객기가 사실은 격추된 것이 아니라 결국 전투기의 유도에 따라 착륙을 했으며 타고 있던 승객들은 죽지 않았고 모두 어디론가 사라졌다는데...
이런 이유로 이 책이 음모론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지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지난 세기 최대의 음모들 중 하나가 아닐까.. 그때 사고 해역을 아무리 수색해도 폭파된 비행기의 잔해나 시신들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도 의아함으로 남았던 기억이 지금 갑자기 생각난다.
게다가 엘리트들의 정책에 반기를 들어서 그들의 눈엣가시가 된 맥도널드 하원의원은 바로 미군부가 추앙한 영웅이자 소련을 배격한 패턴 장군의 사촌이었고, 이 패턴 장군 역시 알 수 없는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는데 저자는 이것도 링컨이나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처럼 엘리트들의 음모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소재와 사건은 모두 서프라이즈 방송급이다.
나머지 후반부에는 2008년 전세계의 경제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미국 월스트리트 발 금융붕괴와 경제 위기의 원인에 대해 해박한 지식으로 굉장히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문제는 신용의 무한확장과 이걸 토대로 하여 부채로 부채를 사는 묻지마 투자의 무한 남발이라는건데 이걸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압축되어 한때 사용되었다. 이후 침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긴 터널에 갇힌 채 2010년에 또 한번 위기를 맞기도 했고, 암튼 이제 붕괴된 달러화의 몰락은 기정사실이고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인가가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저자는 2024년까지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책에 잘 나와 있지만 간략히 설명을 하면 아무리 길게 잡아도 2051년이 되면 미국 정부가 갚아야 할 이자만 해도 GDP 총액을 넘어서게 되는데 이는 '다가올 세대의 거대한 폭풍'에서도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며 그전에 의료보험과 사회복지기금의 적자를 감당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막대한 부채의 시달림 속에 베이비 붐 이후 2차 소비 세대가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미국과 엘리트들이 더 이상 가치를 유지하기 힘든 달러를 버리고 다른 화폐체계로 갈아 타는 것으로 이를 타개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2008년 일어난 전세계 경제위기조차 그들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획책한 계획의 일환이리는 저자의 주장이 조용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아무튼 책을 읽은 장소는 조용했으므로.
그렇게 되면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일해서 달러라는 돈을 모으고 투자 혹은 저축을 해온 미국인들은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어디 하소연을 할 수도 없는 지경에 내몰린다. 비단 미국사람들 뿐만 아니다. 금이나 은을 모으지 못하고, 미국 국채나 달러만 잔뜩 가지고 있는 그래서 외환보유고가 넘친다고 자랑하고 있는 중국같은 나라들도 일순간 극심한 대환란에 봉착하는 현실과 마주할 수 있다. 이런 사태가 올지 안올지는 앞으로 어디에선가 `세계단일정부` 수립이나 `세계단일화폐` 출범같은 말이 들린다면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필요없는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달러를 버리면 미국이 망할 것 같지만 오히려 미국이 다시 살아나는 효과를 가진다. 이자의 이자도 못내는 극심한 재정적자와 빚에 허덕이는 미국 연방정부가 그 천문학적인 액수의 부채를 갚을 필요가 없이 '파산보호' 주장으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달러의 시대는 끝났다, 달러는 더 이상 돈의 가치가 없다, 오늘부터 우리는 다시 금이나 은 또는 이걸 디지털로 환전할 수 있는 화폐체계로 바꾼다. 내 말에 찬성하면 친구, 반대하면 항공모함 몰고 가겠음." 이러면 끝~.
저자는 3편에서 중국인답게 중국의 근대 역사에서 금융이 차지하고 있었던 부분을 파고 들어 이를 아편전쟁과 결부시키는데 이 아편전쟁의 숨겨진 진실을 은의 전쟁이라고 풀어내고 있다. 비단, 향료, 차 등으로 벌어들여 중국에 쌓인 막대한 은을 놔두고서는 경제적으로 중국을 무너뜨려 종속시키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벌어진 이 전쟁이 중국 인민들의 고혈을 짜내고 결국에는 피폐함만을 안겨주었다.
이 시기는 중국과 일본이 똑같이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함이 더해갔던 시기였으나 양국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렸으니 우선 일본은 나라를 이끄는 이들이 국가를 자기 집안처럼 생각하고 애국심으로 뭉쳐 금융의 기반을 튼튼히 하며 경제의 내실을 다졌지만 중국은 그와 반대로 국가의 앞날보다는 개인의 이익만을 좇아 매국행위를 서슴치 않으며 권력과 경제분야에서 아귀다툼을 하는 암투를 벌였던 바 나라는 끝내 외국 금융 자본가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었다. 이 시점에서 한미 FTA를 찬성하고 체결한 사람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사심이 없었는지 아니면 개인과 소속한 세력의 이익을 위해 매국행위를 했는지 잘 한 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장제스와 국민당이 공산당에 밀려난 이유를 학교다닐 때 상세히 배우지 못해 늘 궁금했었는데 그 궁금증을 이 책에서 명쾌하게 밝혀주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한마디로 그들이 소수의 부자를 위해서만 정책을 펼치면서 측근들은 무능하고 부패했으며, 다수의 민중을 억압, 착취하고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중국공산당에는 똑똑하고 출충한 인물들이 많았으니 이들이 영리하게 펼치며 고수한 실리정책은 국민당 뿐 아니라 일제와 서양 외세자본과의 화폐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오늘날 점차 커져만 가는 빈부격차 속에서 부자들 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하는 우리나라의 정책결정자들이 주의를 깊이 기울여야 할 대목이 아닐까. 이런 비사 혹은 비화는 중국의 장제스 총통의 시대를 넘어 일본의 근대사까지 아우르지만 그래도 3편의 백미는 역시 후반 인민폐의 국제화와 앞으로 진행되고 더욱 큰 판으로 벌어질 화폐전쟁에 대한 내용이다. 여기서는 2009년부터 금 가격이 폭등한 이유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4편에서 우리 한국의 근현대사를 조명하는 내용을 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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