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27. 00:20

화폐전쟁 4번째 - 전국시대

우리나라는 현재 딴 거 필요없이 딱 2개만 보면 됩니다. 매년 계속되는 자살률 1위의 굳건한 유지와 초저출산을 고수하는 국가... 이게 뭘 의미할까요. 근데, 이처럼 우리나라만 병신된 게 아니라 분야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제, 정치, 보건, 이념이나 민족간 대립 등 다양한 문제들이 월드 와이드하게 퍼져가고 있는 글로발 시추에이숀적인 문제입니다.

저자 쑹홍빙은 책의 서두에서 아래와 같이 단언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문제는 경제, 유럽의 문제는 정치, 아시아의 문제는 역사에 있다."

"모든 위기의 원흉은 미국의 채무이다."

"달러 체제의 붕괴는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즉, 미국의 쇠퇴와 함께 달러의 몰락까지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미국의 경제 문제는 1971년을 기점으로 국제 통화 시스템이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면서 달러화 발행 담보물이 금에서 미 국채로 바뀌었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달러화가 주요 국제 준비통화 지위를 부여받으면서 세계 각국은 부득불 통화 발행 매커니즘을 바꿀 수밖에 없었는데 이로 인해 채무화폐 제도가 전 세계에서 성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달러 기축통화 체제하에서 미국의 경제성장 모델은 자본 중심에서 채무 중심으로, 실물 경제 위주에서 자산 팽창 주도형 모델로 바뀌었고, 이건 지난 40년 동안 미국이 축적한 거액의 채무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흉이자 잘못된 경제 성장 방식에 대한 한 차례의 총결산이라고 할 수 있는데 더 안타까운 것은 아직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저자가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전에 `지진(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쓰나미(디폴트 사태), 화산(금리 전쟁), 빙하(달러화 몰락)` 등 이른바 `4단계 위기론`을 주장한 가운데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디폴트 사태는 이미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다음 위기는 아직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을 놓기는 아직 이르니 그것은 미국이 시행한 세 차례의 양적 완화(QE) 정책은 단지 달러화 증발을 통해 위기의 도래를 지연시키는 효과만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국 FRB의 역사상 유례없는 양적완화 덕분에 미 국채 금리는 더 이상 인하하기 힘들 정도로 하락했습니다. 더불어 달러화 자산의 가격은 미친듯이 상승해 실물 경제가 버텨낼 수 있는 최고 수위에 이르렀죠. 이제 남은 것은 하이퍼인플레이션 뿐. 이 책이 쓰여져 발간될 시점(2012년) 당시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지금에 비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때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일말의 요행을 바라고 있었으니 FRB가 무한대로 달러화를 찍어 내도 물가가 갑자기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것이었습니다. 또 만일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발생할지라도 FRB가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방법으로 쉽게 물가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일종의 오산이었다는 것이죠.

두 차례의 양적완화, 즉 QE1과 QE2가 벌크 상품 가격의 폭등을 초래한 이유는 미국 내 신용의 대폭적인 확장 때문이 아니라 저금리 통화정책 때문에 대량의 달러가 미국을 탈출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각국 통화가치와 신용을 팽창시키고, 국제 벌크 상품 가격 상승을 유발한 것이 주요한 원인입니다. 이 현상은 중국에서 특히 두드러져 달러 유동성 과잉에 중국 정부가 도입한 4조 위안의 경기 부양책까지 한몫 거들면서 중국의 신용 확장 규모는 14조 위안에 달했고, 이는 국제 벌크 상품 가격의 폭등을 크게 부채질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뿌리내렸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상위 1% 부자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부의 분배 게임 룰을 완전히 바꿀 필요가 있었습니다. 록펠러 가문을 필두로 하는 미국의 엘리트들은 미국이 1930년 대공황 이후 수립한 `복지 국가 제도`와 부자들의 재산 팽창을 제약하는 각종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로 결심했고, 1970년대 중반, 존 록펠러가 총대를 맸습니다. 

<미국의 두 번째 개혁(the Second American Revolution)>이라는 책에서 철저한 개혁을 통해 정부의 권력을 약화시킬 것을 주장하기에 이릅니다. 그는 그 책에서 "정부의 기능과 책임을 최대한 민간 부문에 이양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짐짓 여러가지 경제 사례까지 예로 들며 정부는 금융과 상업에 개입할 필요가 전혀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회 복지는 돈낭비일 뿐이라면서 아무 제한없이 이윤만 추구할 수 있는 기업과 이에 상응하는 금융 시스템만이 미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했고, 이런 주장들은 곧 이어 미국 언론의 동조를 이끌어내었으며 이때부터 언론은 정부에 뭇매를 가하는 선봉장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삽시간에 저효율, 무능, 낭비, 적자, 인플레이션의 대명사로 전락하면서 졸지에 경기 침체의 원흉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미국의 상위 1% 부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금융업과 다국적 기업을 정부의 규제로부터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위해 적극 노력했습니다.

이전의 정부가 시행한 사회적 부의 재분배 조치와 공공복지 정책은 상위 1% 부자들이 더 많은 부를 흡수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했으므로 상위 1% 부자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그 누구의 규제도 받지 않는 `약육강식`의 세계 자체였습니다. 거기에다 내심 가난한 자들과 바른 말은 하는 사람들이 부자들에 반대해 들고 일어나지 못하도록 정부나 언론들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주는 것도 바랬을 수도 있었겠죠.

1976년 록펠라가 창설한 엘리트 그룹인 `삼각위원회`는 미국 정부에 고급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으니 한낱 무명의 시골 출신에 불과한 지미 카터 조지아 주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사실은 이 삼각위원회의 존재와 무관하지 않았고, 위원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그의 시대는 열리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신자유주의자들에 따르면, 달러는 상위 1% 부자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부를 분배하는데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달러화 가치는 수호되어야 했으니 이를 위해서는 금리 인상과 달러화 평가 절상이 꼭 수반되어야 했습니다.

부자들은 대부분 금융 자산의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고 있고, 또 금융 시장의 안정은 달러 강세를 전제로 하니 따라서 상위 1% 부자들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달러 강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큰 관건이었습니다.

이때 통화론자들과 의기투합한 학파로 조세 감면과 복지 삭감을 통해 경제의 총공급 확충을 주장한 공급학파가 있었는데 그들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조세를 대폭 감면하면 미국 경제의 거대한 생산력이 `기적적으로` 폭발할 수 있다. 또 복지를 삭감할 경우 근로자들의 태만과 불성실성이 줄어들어 생산력이 증가한다." 사실 조세 감면의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상위 1% 부자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복지 삭감의 최대 피해자는 나머지 99%의 중산층과 가난한 사람들이죠. 당연한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급경제학이 장담한 1980년대에 생산력이 폭발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서독 제품과 일본이 미국 시장에 범람했습니다.

통화주의와 공급경제학은 정부의 경제 개입을 반대하고, 민영화를 강력하게 요구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미국의 지배 엘리트. 그들은 이 두 가지 이론을 토대로 정부의 손에서 소득 분배권을 빼앗기 위해 몇 가지 일단의 필요한 준비 조치에 착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미국의 기업 관리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그것으로 지배 엘리트 그룹 입장에서 채권자와 기업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실제 수입을 줄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기업 이윤이 정체된 상황에서는 더욱 그랬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부자들의 수입이 증가하지 않을테니까요.

그 다음으로, 경제와 사회 복지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최대한 약화시켜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상위 1% 부자들이 경제 자원과 사회적 부를 재분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정부가 노동조합을 지원하는 전통 역시 깨뜨릴 필요가 있었으니 노동조합은 근로자의 복지와 이익을 보호하는 조직이므로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지 않고서는 근로자의 수입을 낮출 수 없었습니다.

더불어 금융기관의 세력을 강화할 필요도 있었는데 대량의 자금을 투입해 산업 방면의 경쟁력을 높이느니 차라리 금융업을 발전시켜 이른바 `포스트 산업사회`로 진입하는 것이 부자들에게는 더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 금융 부문과 비금융 부문 사이의 관계를 확실하게 재정립해 금융 부문의 우위를 확립하는 것과 함께 기업 인수 합병에 대한 규제를 전면 폐지해 금융 부문에서 폭리를 취하게 할 필요까지 있었습니다.

 

화폐전쟁(Currency Wars)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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