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1. 13:32

디지털 포트리스(Digital Fortress) - 댄 브라운

디지털 포트리스 1 - 8점
댄 브라운 지음, 이창식 옮김/대교북스캔

Digital Fortress – Dan Brown

댄 브라운의 저서는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를 시작으로 알게 되어 `천사와 악마(Angels & Demons)`를 거쳐 이 작품 `디지털 포트리스(Digital Fortress)`까지 역순으로 읽게 되었다. 이 디지털 포트리스가 그의 첫 작품이지만 후속작 다빈치 코드나 천사와 악마에 비해 작품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거나 하는 점은 전혀 없다.

댄 브라운이라는 천재적인 작가가 쓰는 소설을 구성하고 있는 공통의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속도감, 반전, 이중복선, 서스펜스, 매우 흥미로운 소재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덕택에 정보의 홍수를 이루고 있는 요즘에도 일반 사람들이 쉽게 접하거나 알기 힘든 정보들이 그의 소설들 속에 담겨져 있다.

NSA(국가안보국)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부기관 중 하나. 그곳은 전 세계의 전자 정보 데이터를 수집하고 반세기 이상 미국의 기밀 정보를 보호하는 일을 해왔으며, 미국인 가운데 3퍼센트만이 그 기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따라서, 메릴랜드 주 포트 미드의 우거진 숲 속이 은밀하게 숨어 있는 35만 평방미터 짜리의 본부를 가진 NSA는 No Such Agency(그런 기관 없음)의 약자로 통했다. 국가안보와 테러방지라는 명목으로 전세계의 거의 모든 통신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도, 감청하는 이 엄청난 기관이 911 테러에 대한 정보를 진짜로 사전에 알지 못했을까.

줄리어스 시저를 시작으로 2차 대전을 겪으며 지금까지 최첨단으로 발달한 암호학은 현재 모든 중요한 정보가 담겨져 있는 통신의 세계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암호학은 수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NSA에는 수학에 관한 수재들이 즐비하고, 그들이 사용하는 컴퓨터들은 우리가 집에서 쓰는 것들에 비하면 다른 세상의 물건들이다. 또한 이러한 전자 괴물들과 그것들에서 나오는 엄청나고도 방대한 정보 DB자료들을 관리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들도 최고의 정예 요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정보가 새어나가기라도 하는 날엔 미국의 안보가 바로 무너질테니까.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로버트 랭던` 교수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 역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며, 숫자보다는 문자와 언어학 쪽에 관련된 인물로 암호의 열쇠가 되는 수수께끼 문자열 패스 키를 찾아 3만리를 펼치는 여정에 뛰어든다. 정보의 독점과 사생활 감시 반대를 주장하며 NSA의 정책에 대항하는 천재가 만든 `디지털 포트리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설의 구성은 매우 치밀하며 작품 전체를 감싸쥐고 있는 수수께끼를 마지막까지 이어나가는 저자의 천재적인 집필이 훌륭하다. 아울러 끝 부분으로  갈수록 점점 더 빨라지는 속도감을 느끼면서 몰입도는 한층 고조된다. 책이 영화에서나 펼쳐질 법한 속도감을 낸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마지막 장에 가까울수록 긴박하게 돌아가는 내용이 머릿속에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들처럼 연상이 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폭탄 두 개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내서 프로그램이 원하는 암호를 입력할 수 있는가? 주어진 시간은 30분 밖에 없다. 인터넷에 연결된 NSA의 전체 통신 접속 라인을 차단하고 있는 모든 방화벽과 보호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해커들을 막기엔 시간이 너무 없어 보인다. 힌트는 숫자라는 거 달랑 하나... 이 작품에 대해 실제 NSA 국장의 "디지털 포트리스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단 사실적이다."라는 리뷰도 또한 인상적이다.

댄 브라운의 신작이 출시되어 곧바로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제목은 `The Lost Symbol`로 `잃어버린 상징`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는 워싱턴 DC에 숨겨져 있는,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상징들이 소재라고 하는데, 실제로 거기에는 매우 세밀한 기하학적인 의미가 들어있으며 이는 프리메이슨과도 연관이 있다는 음모론이 있어 왔다. 더우기 여기에는 세상의 마지막 시기에 대한 의미도 있다고 하는데 소설에서는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한번 하버드 심볼학자 로버트 랭던 교수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안 읽어볼 수 없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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