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 - 이영준.임태훈.홍성욱 지음/반비 |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기술비평
`기술`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함과 동시에 세상의 발전을 가져다 줍니다. 하지만, 그 옛날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기술이라는 것 또한 과연 인류를 자유롭게 해줄 수 있을지에는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삶과 생활이 거기에 종속되어 버리는 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일례로 컴퓨터가 대중화, 보편화되면서 우리는 전례없이 정확한 일처리와 신속한 업무 능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 대신 업무량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났다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도출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눈부신 기술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지만 여러 산업 부분의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자본세력과 여기에 부역하고 있는 인간들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한채 억제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컴퓨터 산업에 있어 통신과 인터넷을 빼놓을 수 없는 세상인데 여기에도 자본을 등에 업은 기득권 세력의 매트릭스가 쳐져 있습니다. 우리는 막연히 인터넷이 굉장히 자유로운 도구인줄 알고 있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떤식으로 교묘한 통제가 시도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안도 제시되어 있기에 향후 시민을 위한 기술이 나아가야할 방향까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알파고`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인공지능(AI)은 적지 않은 충격과 파장을 선사했는데 당연히 앞으로는 이 분야 역시 비약적인 발전을 할테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알파고를 훨씬 뛰어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이미 10여년 전부터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사용되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이 AI들이 스스로의 학습을 통한 시장분석과 금융상품 개발 및 거래까지 한다고 했을때 인간이 그 알고리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과연 AI발 금융위기라는 게 발생할 수 있을지, 그렇다면 그 규모의 정도는 또 얼마나 될지 매우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이 인공지능이 로봇 시스템과 결합하여 제조업 부분에 사용되면 생산 분야는 근본적으로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거기에는 수많은 실업자 양산이라는 어두운 이면도 포함이 되는데 그러면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많이 만들어봤자 구매력이나 소비심리가 떨어진 사람들이 물건을 살 리가 없습니다. 바로 돈이 없기 때문이죠. 그런 관점에서도 `기본 소득` 제도는 미래 사회에 있어 실업문제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은 `디지털 비평, 기계 비평, 적정기술`이라는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제일 첫 부분인 디지털 비평이 가장 강한 인상으로 다가왔고, 기억에 남습니다. `적정기술`이라는 것은 원래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기술을 전수할때 처음부터 높은 첨단기술을 바로 전수하려다 실패한 뒤 적당한 단계부터 다시 시도하면서 `중간기술`이라고 명명되었으나 용어가 좀 어정쩡한 면이 있어 이걸 요근래에 들어와 `적정기술`이라고 고쳐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 중에는 선진기술이 도입되는 현지의 기후와 환경,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수준, 심지어 그 나라의 문화까지 고려한 맞춤 방식으로부터 출발하는 세심함과 인간을 돕는다는 철학까지 갖춘 기술이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주가드` 방식이라는 용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금융 시스템에 입출력되는 숫자를 사람보다 귀하게 여기는 사회는 파국을 맞고야 만다. 마르크스는 [자본]에 이렇게 썼다. "자본은 죽은 노동인데, 이 죽은 노동은 흡혈귀처럼 오직 살아있는 노동을 흡수함으로써 활기를 띠며, 그리고 그것을 많이 흡수하면 할수록 점점 더 활기를 띤다."
게이미피케이션 사회는 신자유주의 사회의 최종 진화형이다. 신자유주의에 최적화된 게임형 인간의 탄생은 이미 도래한 현실이다. 게임 중독자를 손가락질 하기 전에 우리가 놓인 삶의 비참함에 눈떠야 한다. 더 나쁜 게임을 그만두는 실천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에서 가능한 시민사회의 가능성을 육성하고 창의성을 촉진하기는 커녕 기업이 요구하는 인적자원 공급에만 매달리는 OEM 공장이 이 시대의 대학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정부가 추진해온 교육 정책의 폐해이기도 하다. 대학만이 아니라 사회 어디에서나 돈을 버는 기술을 숭앙하고 그렇지 못한 기술을 경멸하는 분위기는 노골적이다. 반대로 어째서 이토록 돈에 강박된 채 살 수밖에 없는 것인지 이유를 묻는 일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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