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에서 아름다운 마무리와 버리고 떠나기
올해 초 봄 언젠가 버스를 타고 오다가 따스한 오후 햇살에 나른함으로 조불던 중 스피커를 타고 나오는 뉴스를 얼핏 듣다가 법정스님께서 입적하셨다는 소식이 귀에 들려오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던 적이 있었죠. 이후 가을 즈음하여 방에 있는 책장을 정리해볼까 폼만 잡으면서 잠시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생각지 못하게 이 책 `무소유`가 툭 하고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요. 그러고 보니 이 책 꽤 오랜만에 눈에 띄네요.
이걸 읽은 것도 학교 졸업하고 나서니까 오래되었지만 이미 그 보다 더 오랜 이전부터 집에 있었으니 출판이 언제적에 되었었는지가 궁금해서 뒤집어보니까 1993년이라고 나옵니다. 가격은. . 1,000원. . . 스님께서 입적하시고 난 뒤 이상 열풍을 타고 책 값이 한 권에 16만원까지 치솟았던걸 보구서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었는데 역시 사람들의 소유욕은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기도 했거니와 스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행태로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많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스님께서 쓰셨던 책들에는 어떤 비결이나 특별한 가르침이 있는 건 아닙니다. 수행자의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평소 생활을 하며 경험하는 일들 속에서 스님이 겪었던 일화들과 그것들을 통해 느끼고 생각했던 스님의 사견을 엮은 산문 수필집입니다. 그렇지만, 이 소박한 내용과 담박한 표현속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 현대인들은 오히려 더 마음에 와닿는 그 무언가를 느낄 수 있으리라. 그리고, 책들을 읽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은근슬쩍 유머 코드에 센스도 있으시더라구요.
이 `무소유`라는 책이 항상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책으로 인해 불교를 알게 되면서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고, 화엄경이란 경전이 있다는 것도 알았으며 불교의 정수를 담은 최고의 경전인 `법화경`을 읽어볼 결심이 서기도 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른 가르침의 백련`인 법화경 중에서도 `불난 집의 비유`와 부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교육의 방편으로 가난한 가르침을 주는 내용은 백미라는 평을 받는 부분입니다.
이후 읽었던 책은 `홀로 사는 즐거움`으로 제목이 독특했고, 여기에도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좋은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스님에게 가장 크게 배운 용어 한 마디가 있다면 그것은 `시절 인연`입니다. 짧은 단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줍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읽으면서는 `헨리 데이비드 쏘로우`라는 인물과 그의 저서 그리고, 그가 살았던 삶의 방식이 나의 가슴에 와 닿으면서 마음을 휘어잡더군요. 그리고, `월든(Walden)`이라는 호숫가 지역을 방문하고 싶어졌습니다. 좋은 책도 추천받았으며 스님의 말씀 중에서 종교와 신앙의 본질에 대한 짧은 변 또한 좋았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이곳에서 깨어 있음이다. 삶의 기술이란 개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깨어 있는 관심이다. 삶이란 순간 순간의 존재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는 것이다.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보다도 살아있는 동안 우리 내부에서 무언가 죽어간다는 사실에 있다. 자신을 삶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에 두면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도 크게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지혜와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한다."
스님께서도 정치엔 즐~ 이셨던 같더군요. '웃음을 선사할 줄 모르는 정치는 향기 없는 꽃이나 마찬가지...' 보온병이나 자연산 이런 건 허탈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라 패쓰 해야겠습니다. 자연산은 횟집에서 찾아야징~...
세상을 떠나신 스님은 더 이상 자신의 책을 출판하지 말라고 하셨고, 그래서 이제 며칠 남지 않은 2010년이 지나면 스님의 책들은 모두 절판된다는 뉴스 보도도 나온 터라 내년부터 서점에서는 사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님이 쓰셨던 책들을 읽지 말라고는 하지 않으셨죠.
그렇기에 스님께서 남기신 이 향기로운 말씀의 유산을 보는 방법은 다행히도 남아 있습니다. 스님의 말씀에 편안히 기대고 싶다면, 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가까운 도서관으로 가면 됩니다. 이왕이면 눈부시고 맑은 날에 따스한 햇살을 맘껏 누리면서.
'별밤을 가까이 하라. 한낮에 닮아지고 상처받은 우리들의 심성을 별밤은 부드러운 눈짓으로 다스려 줄 것이다'
별밤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굉장히 공감이 가는 대목 한 줄이었습니다. 스님께서도 그렇게 별들을 바라보셨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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