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혼혈왕자(Harry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1 -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문학수첩 |
만약 원서를 구입하려면 '영국판'보다는 '미국판'을 권장한다. 지금이야 나온지 꽤 지난 도서라 가격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출간 당시에는 가격도 미국판이 좀 더 쌌었고, 무엇보다 영국판은 조판이 좀 조악해서 활자 사이와 문장 간격이 넓어 눈이 피로하고 읽기가 힘든 점이 있다. 미국판은 그런 점에서 잘 되어있다. 게다가 책의 표지도 미국판의 디자인이 훨씬 좋다. 하지만 두께가 만만치 않다는거... 작심하고 도전해야 한다.
이 6편 씨리즈는 지금까지의 대체로 비슷하면서 일정한 이야기 시작 도입부와는 달리 무언가 모종의 큼직한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른바 물밑작업들이 한창 진행중임을 암시하며 등장인물들의 행보가 급박하다.
1~3편 까지는 다소 어린 등장인물들을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왔으나 4편에서 악의 세력이 그 머리를 들고, 5편에서 본색을 드러내면서부터는 등장인물들의 비중이 다양해져가기 시작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이야기의 중심은 해리포터를 가운데에 두고 있다.
독자의 눈은 해리포터의 행보에 초점을 맞추며 그가 알게 되어 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그 점이 책을 읽는 흥미가 될 수도 있겠다. 이미 어둠의 세력이 그 이름에 걸맞게 상당 부분 세력을 은근히 잠식해 오고 있는 와중에 주요 등장인물들은 '보이지 않는 위협'을 느끼면서도 여러가지 보호장치가 잘 구비되어 있는 호그와트에서 그들의 새학년 생활을 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이들에겐 새로운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는데 이성에 눈뜸과 동시에 복잡한 심리를 가지는 신경전과 서투른 사랑싸움 등이 펼쳐진다. 어린 것들이...
하지만, 해리포터는 자신이 처한 상황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더욱 신경을 쓰며 나름대로의 추리를 퍼즐조각 맞추기 삼아 그것을 밝혀 내려고 애쓰는데 여기에는 '드레이코 말포이'가 은밀하고도 깊게 연루되어 있다. 말포이를 의심하는 해리포터... 어떤 음모가 감추어져 있는지 알아내려는 노력과 함께 덤블도어의 도움으로 이 모든 사태가 일어나게 된 이유를 쫓아 중요 인물들이 가지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알아가는 해리포터의 앞날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예언에 나온 그 '선택된 자'에 대한 불투명한 암시와 우연히 손에 들어온 비밀스런 의문의 책 주인인 '혼혈왕자'는 누구일까. 디지털이라곤 전혀 없는 아날로그 마법 세계에서 펼쳐지는 아마겟돈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어찌보면 추리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는 것 같기도 한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묘미는 직관에 의한 의심(? 표현이 좀 애매하지만)이다. 이 의심이 때로는 어떤 우려가 되기도 하고, 이 우려가 기대로 바뀌기를 몇 번 거치면 어느새 안개가 걷히면서 사건의 전말이 서서히 드러난다.
대체로 느끼는 거지만 작품의 구성은 정말 잘 짜여졌다. 이미 영화로도 개봉되었고 지금은 마지막 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들(Harry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1편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6편 혼혈왕자를 읽고 아직은 7편이 출간되지 않았을 때 이제 마지막 편만 남겨놓은 시점에서 해리포터의 홀로서기가 이루어질 것인데, 이야기가 어떻게 정리되고 마무리 될지 참으로 기대가 되었으며 그때의 바램이 있었다면, 해리포터가 7편에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기냥 한 판 쌔리 엎어버렸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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