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와일라잇 씨리즈의 종착역인 새벽 뽀개기 한 판, `브레이킹 던(Breaking Dawn)`
브레이킹 던 -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북폴리오 "... 이런 희생적이고 평화로운 삶이 강한 유대감의 본질을 이루는 것 같더군요. 거대한 남쪽의 무리들이 심하게 반목했기 때문에 급속히 성장했다가 쇠락하는 것을 우리 모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들 무리가 보였던 공격성은 여기에는 없습니다. 누군가를 지배하려는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거짓투성이 합리화에 귀를 기울이지 맙시다. 우리가 우리의 목적을 정직하게 이야기하듯이, 당신들도 당신들의 목적을 정직하게 이야기하세요.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지킬 겁니다..." |
3편 '이클립스(Eclipse)'를 읽기 전에 대충 생각해봤던 이야기의 흐름은 무시무시한 '볼투리' 집단과 겨우 합의를 이끌어내며 위기가 일단락되었지만 컬렌가의 뱀파이어 가족들과 퀼렛부족의 늑대인간들 사이에 벨라를 둘러싸고 남아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였다. 거기에는 양측이 체결한 조약이 엮여져 있었고, 이 협정이 깨지는 경우는 2편 '뉴 문(New Moon)'의 마지막에서 제이콥이 분명하게 경고했듯이 뱀파이어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번이라도 무는 것이다. 이것은 에드워드나 혹은 다른 뱀파이어가 벨라를 변신시켜 뱀파이어로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야기의 전개는 전혀 예기치 못한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되고 그 중심에는 복수의 화신 '빅토리아' 아줌마..? 할머니...?? 어쨌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복수심으로 시애틀에서 20마리가 넘는 신생 뱀파이어를 만들어 군대를 조직했고, 이들은 조금씩 포크스 빌로 다가왔다. 때문에 한판 전운이 폭풍전야처럼 감돌던 컬렌가와 퀼렛 부족 사이에는 예정에 없었던 '동맹'이 맺어지면서 벨라와 지역을 방어하기 위한 합동작전이 벌어지고, 사상 유례가 없는 뱀파이어들과 늑대인간들의 연합훈련도 이루어진다. 그러면서 철천지 웬수 지간인 이들의 일부는 서로에게 좋은 감정마저 생기는데, 역시 오랜 기간을 살아온 뱀파이어들이라 그들답게 전투훈련과 작전계획을 준비하는 모양새가 치밀하다.
새로운 새벽을 여는 '투와일라잇(Twilight)' 씨리즈의 대미인 '브레이킹 던(Breaking Dawn)'의 초반에는 한숨 돌린 벨라와 에드워드의 결혼식이 진행되고, 이제 마지막 결말을 향해 흐르는 이야기의 남은 궁금증은 과연 벨라가 뱀파이어로 변할지 아니면 인간으로 남게될지로 좁혀진다. 그와 더불어 만약 그녀가 뱀파이어로 변하게 된다면 과연 늑대인간들과의 계산 또한 어떻게 될 것인가가 주요한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극의 흐름에 돌발 변수들이 등장하면서 사태는 급물살을 타는데 4편의 설정은 어차피 소설이기에 작품의 진행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서 대체로 그러려니~ 하고서 넘어가는게 필요하다. 안 그러면 더이상 이야기 진행이 안될... ㅋ
벨라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시점에서 더 이상 뱀파이어로의 변신이나 협정 파기는 중요한 쟁점이 되지 못했고, 늑대인간들의 새로운 알파가 된 제이콥은 벨라를 위해 통큰 결정을 하는 결단을 내린다. 나아가 결과적으로 벨라는 볼투리와의 합의를 지켰음에도 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마지막이자 최고의 위기가 다가온다. 그들은 나름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세력이 커져버린 컬렌가를 견제하기 위해 그들을 궤멸시키려는 것이다.
그들은 오랜 세월을 이어오면서 한 번도 패배를 한 적이 없는 뱀파이어 세계의 무적 기득권층으로 대표격인 아로와 성질 더럽고 급한 카이우스, 그리고 귀차니스트 마르쿠스가 거느리고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펠릭스, 드미트리, 제인, 알렉 등과 같은 능력자들 외에도 많은 수의 뱀파이어 경호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 이들이 하나같이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서서히 어둠처럼 다가오는 모습을 보는 자체가 공포감의 종결쯤 되지 않을런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 각기 켈렌가와 볼투리가 양 진영에 참여한 다른 뱀파이어들로 인해 세상의 모든 뱀파이어들이 모인 것 같은 상황에다 퀼렛 부족의 늑대인간들까지 가세하여 이판사판 합이 육판에 공사판이 되어버린 전장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에 분노의 쉴드질로 광역스킬을 한 판 펼치는 벨라 컬렌으로 이름이 바뀐 그녀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주며 볼투리 가와 맞서게 될까.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여자라는 것과 주인공 벨라의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여러 번 느꼈을 만큼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깊고 그것을 표현한 문체는 섬세하다.
올 하반기에 영화로 나올 예정인 이 작품은 감독이 연출하기에 따라 아주 야하든지 엄청 끔찍하고 무서울 수도 있거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신혼여행을 갔으니 어쨌든 첫날 밤도 있고 ㅋ 또,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호러영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소설과 영화에 열광하는 10대들도 많으니 19금이 되기는 힘들지 않을까를 생각해볼 때 적절한 수준에서 수위조절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투와일라잇트에서부터 시작해서 다가오는 어둠이 지나고 나면 그 옛날 동화들이 끝맺음에서 하나같이 했던 말처럼 과연 그들은 행복하게 오랫동안 잘살 수 있게 될까. 씨리즈의 대장정이 끝나며 새벽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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