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디폴트 악몽' 재현되나. 헤지펀드 탐욕에 '눈물'
- 일부 채권자, 채무조정안 거부 '원금상환'고집
- 美 법원 "헤지 펀드사에 원금대로 갚아라"
지 난 2001년 외환위기로 국가부도를 맞았던 아르헨티나가 이번에는 헤지펀드들의 탐욕으로 또다시 벼랑끝에 섰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채무 구조조정안을 거부해온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아우렐리우스캐피털 등 일부 헤지펀드가 제기한 채무 이행 소송에서 미국 법원이 원고측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연방법원은 2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정부를 상대로 엘리엇이 제기한
13억달러(약 1조4127억원) 채무 이행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뉴욕 연방법원은 피고(아르헨티나 정부)측에
13억달러를 다 갚기 전까지는 채무구조조정에 동의한 채권단에 원리금을 갚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아르헨티나는 “한 푼도 줄 수 없다”며 즉각 반발해 최악의 경우 아르헨티나가 디폴트 사태를 다시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번 판결의 기원은 11년전인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당시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해 950억달러 규모의 채권지급 중지를 선언했다. 이후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권단과 원금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채무구조조정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정부는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채무 구조조정을 실시해 93%에 이르는 구 채권을 새 채권으로 교환했다. 새 채권은 구 채권의 3분의1 가격으로 축소돼 지급됐다.
그러나 엘리엇을 비롯한 일부 헤지펀드들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채무구조조정 안에 ‘딴지’를 걸었다. 이들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가부도’를 선언하던 2001년 당시 이들은 아르헨티나 채권을 헐값에 사들였고 아르헨티나 정부의 구조조정안을 거부한 채 원금 그대로 상환할 것을 고집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들 헤지펀드가 시체를 뜯어먹는 독수리라며 강력히 비난했고 한 푼도 내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에르난 로렌지노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22일 “미국 법원의 이번 판결은 극히 부당하다”며 “오는 26일 항소해 반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다음달 2일 예정된 소규모 만기 지급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조조정 안을 거부한 채권단과 합의에 실패하면 12월15일 30억달러 규모의 채권에 대한 지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판결로 아르헨티나 정부가 그동안 진행해왔던 채무구조조정 계획이 송두리채 무너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
국의 해외부패관련 전문로펌 ‘아놀드앤포터’ 소속 변호사 휘트니 디베보이즈는 “이번 판결로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대한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며 “해당 국가들의 구조조정 노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채무재조정에 합의한 모든 투자자들을 죽이는 것”이라며 “아르헨티나 정부가 모든 돈을 갚으라고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 김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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