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읽을 책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직후 외국 언론들 반응
이토가 국제적 거물이었던데다가 한반도와 만주 문제가 국제정치의 주요 현안이었기 때문에 외국의 언론 매체들도 의거에 관심을 보였고, 특히 안중근의 태연자약한 태도에 깊은 인상들을 받았다.
"그는 이미 순교자가 될 준비가 되어있었다. 준비 정도가 아니고 기꺼이, 아니 열렬히, 귀중한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싶어했다. 그는 마침내 영웅의 왕관을 손에 들고는 늠름하게 법정을 떠났다."
1940년 4월 16일자 영국의 <더 그래픽(the Graphic)>이 묘사한 법정의 안중근 모습이다. 순교자를 뜻하는 영단어 martyr는 `의사(義士)`로도 번역된다. 이 신문은 "세계적인 재판의 승리자는 안중근이었으며 그의 입을 통해 이토는 한낱 파렴치한 독재자로 전락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샌프란시스코 콜`, `데일리 캐피털`, `더 벨맨`, `모닝 타임스`, `엘파소 헤럴드`, 하와이 가제트` 등의 미국 신문들과 호주의 `브리스베인 쿠리어`, 싱가포르의 `더 스트레이츠 타임즈`와 `프리 프레스` 등도 안중근 의거에 상단한 관심을 기울였다.
`뉴욕 타임스`는 안중근 의거부터 사형 집행까지의 경과를 여러 차례에 걸쳐 보도하는 한편, 미국 거주 한인들의 반응도 상세히 소개했다. `하와이안 스타`지는 당지에서 발행된 중국계 신문 `치보우신`의 기사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안중근 의거를 평했고, 싱가포르의 `더 스트레이츠 타임즈`는 안중근이 적시한 `이토의 죄상 15개 조`도 보도했다.
중국인들의 반응, 안중근 의사 추모 및 한중 반일 연대
안중근 의거는 중국 지식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한중 양 민족의 반일 연대의 정신적 기반이 되었다. 조선 지식인들이 중국을 대국으로 섬겼던 만큼 중국 지식인들도 오랫동안 조선을 소국으로 얕잡아 보았다. 이런 인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청일전쟁 이후였다.
청일전쟁 패배는 중국 지식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었다. 그 상처에서 조선에 대한 동병상련의 의식이 자라기 시작했다.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고 중국 침략을 확대해감에 따라 그런 의식은 계속 커졌다. 이 과정에서 안중근 의거가 일어났기에 많은 중국 지식인이 이를 자기 일처럼 생각했다.
중국 지식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한국 독립운동과 사활적 관계에 있었다. 중국을 독립운동 근거지로 삼기 위해서는 중국인들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야 했다. 안중근은 한국의 영웅일 뿐 아니라 세계의 위인이기도 하다는 중국 지식인들의 생각은 일반 민중에게로 확산했다. 의거 직후 중국 신문사들 중 몇 곳은 국내 신문들보다 더 열성적으로 안중근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상하이에서 발행되던 `민우일보`는 안중근 의거 다음 날인 10월 27일부터 21일 동안 54개의 기사, 사설, 논평 등으로 이 사건을 집중 보도했다. 동병상련의 심정에서 일본의 한국 침략을 규탄하고 안중근을 반침략 투쟁의 의사이자 영웅으로 칭송하는 내용들이었다. 기사 몇 개를 보자.
"암살은 혁명군의 보충적인 방법으로 된 한 가지 기능이다. 그들의 이유로 국내의 것과 국제의 것이 있으나 자유를 희망하고 평등을 사모하면서 하늘이 준 인권을 회복하고 인도주의를 견지하는 것은 같다." (1909. 10. 28 사설)
"고려의 원수는 우리의 원수다. 그들은 고려를 만주로 가는 무지개 다리로 삼고 요동과 심양을 일본에 귀속시켜려고 한다. 그래도 삼한에는 사람이 있어서 일본이 길게 내뻗은 팔다리를 꺾었다. 비록 한인이 자기의 원수를 갚았다고 하지만 역시 우리의 원수를 갚은 것이 아닌가, 우리의 행운이다." (1909. 10. 29 사설)
"한국에 이런 인물이 있기에 한국은 망하지 않는다. 중국에 이런 인물이 있었다면 오늘 같은 중국은 없었을 것이다." (1909. 11. 7 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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