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2. 12:46

(조용헌 칼럼) 사주팔자는 태어난 순간 우주로부터 받은 기운

한국인과 점

중국 도교 서자평의 명리학에서 유래... 조선시대엔 과거 통해 전문관료 선발도

사주(四柱)는 글자 그대로 ‘4개의 기둥’이란 뜻이다. 4개의 기둥은 그 사람이 태어난 연(年), 월(月), 일(日), 시(時)를 가리킨다. 연월일시라고 하는 4개의 기둥에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정보가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다.

어떤 해에, 어떤 달에, 어떤 날에, 그리고 어떤 시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각기 사주가 다르다. 사주팔자를 다루는 명리학(命理學)에서는 그 사람이 태어나는 시간, 즉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 탯줄을 자르는 순간에 우주의 기운이 쑥 들어온다고 본다.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는 선천(先天)이지만 탯줄을 자르는 순간, 즉 후천(後天)이 시작되는 순간에 우주공간에 떠있는 별들의 위치가 어떠한가에 따라 그 사람이 받은 에너지가 다르다고 여기는 것이다.

우주공간에 떠 있는 수많은 별은 각기 독자적인 에너지 또는 자력이 있다고 보고, 이 별의 기운이 탯줄을 자르는 순간에 몸 속으로 들어간다고 전제한다. 이런 점에서 사주는 서양의 점성술(Horoscope)과 기본 골격이 같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서양 점성술 역시 그 사람이 태어난 순간의 별자리 위치를 가리키는 천궁도(天宮圖)를 보고 운명을 예측하기 때문이다. 동방박사들이 별자리의 움직임을 보고 예수 탄생을 예측하였다는 이야기는 서양 점성술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말해주는 일화다.

그렇다면 우주의 수많은 별 가운데 사람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별을 과연 어떻게 가려낼 수 있단 말인가. 동양의 사주는 그 별을 7개로 한정하였다. 7개 별은 태양과 달, 그리고 수성, 화성, 목성, 금성, 토성이다. 지구가 속해있는 태양계 내의 대표적인 별이 바로 이 7개 별이다. 물론 이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별이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을 일일이 계산하자면 너무 복잡하니까 인간이 계산하기 쉽도록 대표적인 7개만 추려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음양오행(陰陽五行)이다. 즉 탯줄을 자르는 순간에 태양이 동쪽에 있었는가, 서쪽에 있었는가, 아니면 중천에 있었는가를 보아야 한다. 달은 어느 방향에 있었는가, 수성은 어떤 방향에 있었는가, 목성은 어떤 방향에 있었는가 등등을 따져보아야 한다.

 

운명을 쥔 ‘7개의 별’

태양계의 별 가운데 인간의 육안으로 관찰 가능한 것이 바로 이 7개 별이다. 육안으로 관찰 가능하다는 점이 음양오행이 지닌 보편성이다. 육안으로 보인다는 것을 뒤집어보면 그만큼 영향력이 강하다는 말도 된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영향력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2006년 2월 5일(양력) 오전 8시에 탯줄을 자른 사람의 천궁도는 어떻게 되는가. 그 천궁도는 7개의 별, 즉 음양오행이 하늘에 떠 있는 위치를 말한다.

사실 천궁도를 작성하기는 어렵다. 그때마다 일일이 하늘의 별자리 위치를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한 것이 바로 한자문화권의 만세력(萬歲曆)이다. 만세력은 연월일시를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표시해 놓은 달력이다.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로 이루어진 것이 육십갑자다.

만세력을 놓고 육십갑자를 살펴보면 그 사람이 태어난 순간의 음양오행 위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세력을 놓고 위의 시간에 태어난 사람의 천궁도를 환산하면 이렇다. 우선 2006년은 병술(丙戌)년이다. 태어난 달은 경인(庚寅)월이다. 태어난 날은 을축(乙丑)일이다. 태어난 시는 경진(庚辰)시가 된다. 오전 8시는 진시(辰時)에 해당한다. 따라서 4개의 기둥을 뽑아보면 병술, 경인, 을축, 경진이 된다. 여기에 그 사람이 태어난 순간에 천궁도, 즉 음양오행의 위치가 암시되어 있는 것이다.

팔자(八字)는 ‘여덟 글자’라는 의미인데, 각 기둥 하나마다 두 글자씩으로 되어 있으니까 모두 합하면 여덟 글자가 된다. 그래서 팔자다. 여덟 글자를 비유하자면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바코드와 같다. 센서로 바코드를 한번 긁으면 금액이 나오는 것처럼, 여덟 글자에 담긴 정보를 종합하면 그 사람이 태어날 때 받은 우주의 기운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함량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병술년의 병은 화(火)이고 양(陽)이다. 술(戌)은 토(土)이고 양이다. 병술년은 화와 토가 모두 양이므로 강하다고 본다. 경인월의 경(庚)은 금(金)이고 양이다. 인(寅)은 목(木)이고 역시 양이다. 이런 식으로 여덟 글자를 인수분해하면 양(태양)의 기운을 많이 받았는지, 음(달)의 기운을 많이 받았는지, 그리고 오성(五星) 가운데 목이 많은지, 불이 많은지 등등을 간추려 낼 수 있다. 운명은 음과 양, 오성이 조화롭게 배분되어 있으면 좋은 팔자이고,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으면 센 팔자가 되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사주팔자 방식을 확립한 인물은 중국의 도교 수련가였던 서자평(徐子平)이다. 현재 명리학의 대표적인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연해자평(淵海子平)’이란 책은 서자평의 저술이고, ‘연해자평’이란 책 제목 자체도 그의 호를 딴 이름이다. 서자평에 대한 신상기록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아서 그의 생몰연대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가 도사(道士)인 진단(陳ㆍ871~989)과 중국의 화산(華山)에서 같이 수도하였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서 대략 서기 900년대에 활동했던 인물인 것 같다. 따라서 서자평의 명리학은 10세기 후반쯤에 세상에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것이 언제 한국에 유입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당시 서자평의 명리학은 중국의 왕실과 소수의 상류귀족 사이에서만 은밀하게 유통되고 있었을 뿐 일반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던 고급스런 지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외국으로 쉽게 반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감안하면 빨라도 100~200년 후에나 우리나라에 명리학이 들어온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에서 사주팔자에 대한 최초의 공식적인 기록은 조선왕조의 법전이라 할 수 있는 경국대전(經國大典)이다. 경국대전은 세조 6년인 1460년에 편찬을 시작하여, 성종 16년인 1485년에 최종 완성이 되었으므로 조선 초기에 성립된 법전이다. 여기에 보면 전문적으로 사주팔자를 보는 사람을 국가에서 과거시험으로 선발하였다는 기록이 나타난다. 경국대전에 나타나 있는 과거시험 분류를 보면 중인계급이 응시하는 잡과(雜科)가 있다. 잡과는 요즘 식으로 말하면 전문기술직이다. 잡과 가운데 하나로서 음양과(陰陽科)라는 게 있었다.

천(天)·지(地)·인(人) 삼재(三才) 전문가를 선발하는 과거가 음양과다. 음양과를 다시 세분하면 천문학(天文學), 지리학(地理學), 명과학(命課學)으로 나누어지고 초시(初試)와 복시(復試) 2차에 걸쳐 시험을 보았다. 초시에서 천문학은 10명, 지리학과 명과학은 각각 4명씩 뽑았다. 복시에서는 천문학 5명, 지리학과 명과학은 각각 2명씩 뽑았다고 나온다. 지리학은 풍수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관료로 채용하는 과목이고, 명과학이란 사주팔자에 능통한 자를 관료로 채용하는 과목이다.

과거시험은 매년 있었던 것도 아니고 3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자(子), 오(午), 묘(卯), 유(酉)년에 시행하는 식년시(式年試)에서 명과학 교수를 초시에서 4명, 복시에서 2명씩 채용했다. 3년마다 시행되는 명과학 과거시험에서 최종적으로 2명만을 선발했다는 사실은 매우 적은 인원만을 선발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당시 명과학의 시험과목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을까. 그 시험과목을 보면 ‘서자평(徐子平)’ ‘원천강(袁天綱)’ ‘범위수(範圍數)’ ‘극택통서(剋擇通書)’ 등이다. 서자평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사주팔자의 원리에 대한 내용이고, 원천강은 사람의 관상(觀相)을 보는 책이고, 범위수는 어느 날짜에 혼사를 하거나 건물을 짓는 공사를 시작할 것인가를 논하는 택일에 관한 책이다. 극택통서는 현재 전해지지 않고 있어서 어떤 책인지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

현재 전해지는 명과학의 시험과목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과목을 꼽는다면 서자평(연해자평)이다. 서자평은 오늘날에도 명리학을 처음 공부하려는 사람이 필수적으로 섭렵해야 할 교과서로 평가되는 책이다. 사주팔자를 해석하는 모든 기본 원리는 서자평에 들어 있다. 아무튼 명과학의 시험과목에 서자평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서 사주팔자의 원리는 경국대전이 성립되던 1400년대 후반까지는 조선사회에 전래되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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