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5. 15:36

겨울철 별자리, 황소자리(Taurus)

오리온자리 바로 옆 오른쪽에는 브이자 형태의 뿔을 들이밀며 그와 대치하고 있는 거대한 황소가 있습니다. 하늘에 펼쳐진 투우죠. 이 황소자리에는 붉게 보이는 알파별 `알데바란(Aldebaran)`이 있고, 우측으로 조금 떨어진 황소의 어깨부분에 일곱 자매라고 불리는 `플레이아데스`를 따라 움직이므로 '뒤 따라오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 별은 황소의 눈에 해당하는 위치이며 고대 헤브라이 사람들은 '신의 눈'으로 신성하게 여겼습니다.

알데바란 주위에 포진하고 있는 많은 별들은 산개성단이고, 이를 `히아데스` 성단이라고 합니다. 황소의 머리에 달린 2개의 뿔 중에 하나는 알데바란으로부터 쭉 뻗어나온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윗쪽으로 V자 형태를 이루며 마차부자리의 베타별에 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황소자리도 중복되는 별자리입니다. 그리고 여기도 황소의 상반신만 별자리가 되었습니다.

플레이아데스와 히아데스 성단은 맨 눈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쌍안경으로 보면 황홀하리만치 굉장히 많은 별들을 볼 수 있고 하나같이 아름다워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황소의 아랫쪽 그러니까 알데바란이 있는 뿔의 끝부분 근처에는 아주 유명한 초신성의 잔해성운이 있는데 그것은 `게성운(M1)`입니다. 1921년 허블이 이 성운을 관측하여 1054년에 폭발한 초신성의 잔해라고 밝혔습니다.

이 황소자리에는 2개의 신화 이야기가 존재하는데 첫번째는 지중해 연안에 있는 페니키아 공주 에우로파(Europa)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제우스가 또 그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해 이번엔 황소로 변신하여 바닷가에서 시녀들과 놀고 있는 공주에게 접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황소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누렁이가 아니라 유니콘처럼 순백의 알비노여서 공주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렇게 소와 놀다 어느 순간 소 등에 공주가 올라타자 '기회는 이때다'라며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제우스는 바다로 뛰어들어버립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당황한 공주를 태우고 제우스는 바다를 건너 크레타 섬까지 헤엄쳐서 도착하여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에우로파에게 마음을 전하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합니다. 도대체 아내가 몇명이야? 그때의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황소의 모습을 하늘에 별자리로 올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른 이야기로는 제우스가 아닌 강의 신 이나쿠스(Inachus)의 딸 이오(Io)라는 버전도 있습니다. 여기서 이오는 아이들이 마시는 야쿠르트 이름이 아닙니다. 이오는 또 목성의 가장 큰 위성 이름으로 붙여졌죠. 그런데, 신화에 나오는 여자들은 다 이쁜갑네. 외모를 따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

이번에는 이 이오가 황소로 변해서 제우스와 냇가에서 놀고 있었고, 그날따라 왠지 예감이 안좋았던 헤라가 이를 살피게 됩니다. 역시 여자의 직감은 무서워. 그걸 보고 싸늘하게 심기가 틀어진 헤라는 제우스를 추궁했고, 당황하셨던 제우스는 그저 한 마리의 새로운 황소일 뿐이라고 둘러댔지만 차라리 귀신을 속여라..

그러자 헤라는 그 황소를 선물로 달라고 해서 받은 다음 감시를 붙입니다. 그 감시를 임무로 맡은 존재는 그리스 신화계의 CCTV로 통하는 백 개의 눈을 가진 괴물 알고스. 그때부터 황소는 어딜가든 무엇을 하든 괴물의 감시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화장실은 어케 감? 이렇게 사찰에 시달리던 나날을 보내고 있을때 딸이 걱정된 이나쿠스는 딸을 찾아 나섰지만 황소로 변한줄은 몰랐기 때문에 황소의 슬픈 울음소리를 듣고도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아버지와 자매를 발견한 이오가 한 걸음에 달려가 울음소리를 내봤지만 그들은 아름답게 생긴 황소라며 그저 쓰다듬어주기만 했을 뿐입니다. 너무 답답했던 황소가 땅바닥에 앞발로 이오라는 자신의 이름을 쓰자 그때서야 알아차린 아버지는 너무 슬펐지만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걸 다 보고 있었던 제우스는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헤르메스를 소환해서 알고스를 죽이도록 합니다.

100개나 되는 눈을 가진 알고스에게 접근하는 게 쉽지 않았던 헤르메스는 시링크스가 갈대를 꺾어서 만들었던 풀피리를 불며 천천히 접근을 했고, 이 피리소리를 들으면서 스스르 잠에 빠진 알고스를 죽였습니다. 그래서 이오는 도망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헤라는 거의 발광 수준으로 방방 뛰며 피를 빨아먹는 말파리를 급파했고, 황소로 변한 이오는 이 말파리를 피해 계속 이리저리 떠돌아 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제우스는 자신으로 인해 일어난 일들을 수습하기 위해 아내 헤라에게 다시는 이오를 만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고 이오를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었습니다. 이렇게 개인적인 일탈 이야기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