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6. 13:54

詩人 전영관 선생님 작성 글.

대통령께 권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진도에 가셨을 때 예의 단정하던 머리도 부스스하던데 식사는 제대로 하시는지요. 컵라면에 계란을 넣은 것도 아니라는 대변인 말이 있었습니다만 참극에 입맛을 잃으셨다면 컵라면이라도 권합니다. 아이들 죽이고 몸부림치는 부모나 여타 가족들은 그럴 겨를도 없습니다. 그 와중에도 눈빛은 철판이라도 뚫을 듯 섬뜩했습니다. 하나 묻겠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배의 선내방송은 제대로 되고 있습니까?

최선을 다한다는 말만 믿고 이대로 있다가 나머지 국민들도 아이들처럼 차가운 시신으로 변하는 거 아닙니까? 부모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까봐 학생증을 손에 움켜쥔 채 목숨을 잃은 아이들처럼 국민들도 가족끼리 부둥켜안고 떼죽음하라는 말입니까? 제일 먼저 도망친 선장 같이 책임자 처벌 운운하며 자신의 책임은 회피한 채 대한민국이라는 배에서 내려버리는 대통령을 믿으라는 겁니까?

이 와중에 지지율 70%라니 중간투표를 제안합니다. 누군가는 불필요한 비용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인기 소동을 빌미로 퍼부을 무기구입비용을 생각하면 큰 돈 아닐 겁니다. 6.4 지방선거와 병행하면 더욱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북한으로 보내주겠다고 할 겁니다. 저는 여기 못지않게 끔찍한 북한에서 살 생각 추호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 절인데 왜 떠납니까?

절은 부처의 공간이고 중들의 것이지 주지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더구나 일정기간 위임 받은 권한인데 무슨 말씀입니까? 국민의 이름으로 당장 물러나라 몰려가고 싶습니다만 민주국가, 법치국가이니 재신임을 제안합니다. 결과가 신임으로 나온다면 남은 시간을 지옥으로 납치당했다 체념하고 견디렵니다.

여객선 침몰했다고, 아이들 수백 명 죽었다고 물러나느냐 반문한다면 대통령께서는 기억력이 부족하신 겁니다. 반값 등록금이니 과학기술이니 나라가 엉망이라서 본인이 대통령을 하겠다는 거 아니냐고 눈에 힘을 주었습니다. 부모의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저는 대통령의 행동에서 측은지심을 읽을 수 없었습니다.

일생 대부분을 대통령의 자녀라는 지위를 누렸고 현재 법적으로 대통령이니 국민의 심사를 공감할 가슴이 없는 모양입니다. 사고는 났더라도 신속한 수습과 진심으로 애통해하는 공감의 리더십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물러나라는 겁니다. 자격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행정력이 무능해도, 외교력이 국제망신 수준이라도 최소한 국민과 공감하고 국민의 심정을 헤아릴 줄 알아야 나라의 대표자격이 있는 겁니다. 이마저도 없는 대통령을 두고 볼 인내심이 없습니다. 침묵하면 침묵을 강요당하게 된다는 걸 대통령의 부친에게 배웠습니다.

울면서 씁니다. 마음에 굳은살이 생긴 중년남자이고 눈물이 흔한 사람도 아닙니다만 견딜 수 없습니다. 방송을 볼 때마다 눈이 흐려지고 목이 메어서 일상을 유지하지 못할 지경입니다. 참극 앞에 단 하나의 방법이 있다면 정직입니다. 최소한 정직하고 겸허해야 지켜보는 국민들도 대통령을 위시한 관계자들에게 애썼다는 격려를 보내게 됩니다. 지금 그렇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정부라는 자체가 유언비어의 진앙 아닙니까?

무능과 비효율은 정비할 수 있습니다. 부실한 체계는 바로 세우면 됩니다. 그러나 사람의 철학은 그리 쉽게 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저는 대통령의 심장을 의심합니다. 따듯한 피가 아니라 부동액이 흐를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물러나시기를 권유합니다. 부녀의 일생을 통틀어서 최초로 국민을 사랑하는 길입니다. 국민은 지금 혼자일 때 울고 둘이면 서로를 위로하고 셋 이상 모이면 분노하는 중입니다. 슬픔에 휘둘리기에는 대한민국의 침몰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으로 물러나시기를 권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