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27. 13:30

글로벌 금융시장 '퍼펙트 스톰' 경고등

유로존 디플레 우려 등 악재 쏟아지는데… 미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미 2분기 성장률 깜짝 호전에 출구전략 행보 빨라질 수도

투자가들 현금비중 빠르게 늘려
'공포지수' VIX 크게 올라

현재 분출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여러 악재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출구전략 신호와 맞물릴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을 휩쓰는 '퍼펙트 스톰'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디플레이션 가능성,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 각종 악재에 투자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 고조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돈풀기에 중독됐던 투자가들이 각종 리스크에 주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선 유로존 경기 재침체 우려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유로존의 7월 소비자물가(CPI) 예비치는 전년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지난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0개월째 1%를 밑도는 것으로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다.가들이 둔감하지만 이르면 오는 9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간표가 나오면 동시다발적인 폭풍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2/4분기 성장률 이 '깜짝' 호조를 보이고 임금인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7월 31일 미 노동부는 고용비용지수가 올 2·4분기 0.7%(연율 기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3·4분기 이후 6년 만의 최대 폭이다. 로이터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미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고용시장을 이유로 제로금리 유지 방침을 거듭 밝혔지만 올 하반기에도 임금인상에 속도가 붙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르헨티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도 다른 악재와 맞물려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US은행의 짐 러셀 수석 전략가는 "아르헨티나 디폴트는 전염성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마지막 지푸라기'였다"고 설명했다. 큰 악재가 아니지만 이미 짐(악재)을 가득 실은 낙타(금융시장)를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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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권의 러시아 제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이라크와 시리아의 내전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언제든지 글로벌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화약고다. 씨티그룹의 티나 포드햄 글로벌 정치애널리스트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25년간 (정치적으로) 비정상적인 평화의 시기를 누리면서 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자가들도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온 뒤 현금 비중을 높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리퍼에 따르면 7월30일까지 일주일 동안 미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노린 하이일드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14억8,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3주 연속 빠져나간 돈은 55억3,000만달러에 이른다.

로이터가 7월17~29일 월가의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러시아 등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현금보유 비중을 5% 가까이 높일 것을 권고했다. 이는 미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졌던 2008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연준이 지금과는 정반대로 시장의 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크다. 이날 증권사인 컨버지엑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236명 가운데 51%가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연준의 통화정책을 꼽았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가자지구 사태는 각각 14%, 16%에 불과했다. 벨에어투자자문의 게리 플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금 시장에는 또 다른 거품, 중앙은행이 모든 문제의 해결사라는 과도한 확신이 팽배하다"며 "이 같은 신뢰가 흔들리면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라자 힌도차 리서치센 터 전무이사는 "우크라이나 사태, 시리아와 이라크 내전, 가자지구 사태, 중국과 일본 간 영토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이 선진국의 양적완화 지속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이르면 올 9월 연준이 출구전략 신호를 내놓으면 모든 위험이 불시에 부각되며 투자가들이 순식간에 아연실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경제 / 최형욱 특파원
http://economy.hankooki.com/lpage/worldecono/201408/e201408011750106976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