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는 없는 이면의 역사 <무서운 세계사의 미궁>
무서운 세계사의 미궁 - 키류 미사오 지음, 양억관 옮김/열림원 |
일단 제목은 무섭다. 여기서 이 `무섭다`라는 말의 개념을 한 번 짚고 넘어가자면 이 `무섭다`라는 것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고 간략하게 설명을 할 수 있겠다. 첫째는 시각적인 측면으로 흔히 우리가 공포영화를 볼때 연장이라든지 벌건 물엿 등을 봄으로써 또한 금속을 긁는 듯한 효과의 음향이나 비명이 합쳐져서 느껴지는 `말초신경`자극으로 인한 것이 있겠고, 두 번째는 전자의 것들이 아닌 뒤늦게 알게 되는데서 오는 심리적인 섬뜩함으로 인해 모골이 송연해서 느껴지는 `중추신경`을 살살 잡아당기는 것이 있겠다.
이 책에는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존재, 또는 현상들은 등장하지 않으므로 첫번째의 경우에 의한 무서움은 없다. 사실은 오히려 재미와 흥미로운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본 책에서 펼쳐지는 내용은 모두 역사적인 사실이다. 주로 유럽 역사 속의 인물들과 역사의 베일에 가려진 에피소드를 나열한 일종의 `유러피안 나이트`라고나 할까.
우리가 지금까지 배우거나 알고 있는 세계사는 어디까지나 소위 `교과서적`인 역사이다. 따라서 달리 말하면 `표면적인` 것이다. 그것도 학교다니면서 해당 수업시간에 `수박 겉을 쒸~웁` 핥듯이 책장을 넘기며 지나갔을 뿐이다. 굳이 교훈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일견 깨끗하면서 정리가 잘 되어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떠한 것인지 자~알 알고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욕망의 덩어리` 정도... 이러한 역사의 이면과 인간의 어두운 부분을 알고 있는 우리는 이제 세계사 교과서를 집어 던질 폼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온게 이 책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가르치지도 않고 배울 수도 없는 `어둠`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둡다고 해서 오로지 사악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면`의 역사라고 해야할 것 같다. 이런 저런 사건들에 휘말려 본인의 의지로든 아니든 이리 저리 밀려다니다 결국 역사의 저 너머로 책장 넘어가듯이 가버린 사람들. 그리고 미스테리와 수많은 논란만 남기고 공중에 떠버린 사건들...
이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종착점은 `인간의 탐욕이나 지나친 욕망 또는 야심`이라는 심연에 다다르게 된다. 책의 원제 또한 `Episodes from the Abyss`이다. `무서운 세계사...`라고 지은 것은 아마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된다. 나도 제목 보고 샀다. 이런~
여러가지 사건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와 그 마음의 밑바탕에 도사리고 있는 무서운 심리가 느껴지면서 위에서 서술한 두 번째의 공포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사건들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끌렸던 내용은 주로 `역사상 세계 제일의 위조 지폐범`이나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은 사기꾼` 등에 관한 것인데, 역시 `돈`의 위력은 무시못하겠군. ^^
그 외에 황금의 전설에 자신의 인생을 포함. 모든 것을 한 방에 `올인`한 사람들의 리얼한 생고생과 2차 세계대전 동안 전 세계를 오고 간 수많은 보물들(짜식들, 전투는 안하고). 거기에 얽힌 많은 사람들의 제로섬 게임. 중세 시대부터 이른바 `보물섬`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모험담 등이 나온다. 어릴 때 `보물섬`이라는 만화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이 부분에서는 우리가 언젠가 한 번씩은 들어봤음직한 지명들이 등장하는데 예컨데, 예전에 유명했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도 캐리비안 어딘가에 침몰해서 바다 속에 보물이 묻혀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에 대한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 않나 싶다. 비단 이 영화뿐만이 아니라 상당수의 보물에 관련된 모험을 쓴 작품들이 이러한 전설을 소재로 삼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도 예수님과 막달라 마리아 그리고 성배와 성당기사단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일견 `다빈치 코드`와 조금 다른 해석을 제시하고 있는 점도 흥미로운데다가 `푸코의 진자`에서 읽었던 `비밀 집단`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얹혀져서 나온다. 그걸로 인해 개인적으로 푸코의 추에서 약간 의아했던 내용과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풀어지는 보너스를 얻었다.
사람인 이상 어느 정도 욕심을 부리게 되고 적당하다면 그것을 성취할 수 있지만 문제는 더욱 큰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그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병폐이고, 그것이 곧 모든 `화근`을 불러와서 결국에는 본전도 못 뽑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보이지 않는 주제는 `1절만 하자`가 아닐까.
또한, 몇몇 사건들은 그 결말이 미해결인채로 남아 오늘날까지 많은 궁금증과 논란만 남기고 있는 사건들도 있는데, 차라리 오히려 밝혀지지 않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오늘날에도 그 사건들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의 인생을 걸고 모험에 도전하는 불굴의 정신을 가진 `인디아나 존스`들이 많다는 것을 보니 역시 대단한 인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흘러간 과거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여 그 이면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과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재미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나 미스테리도 발견이 되면서 이 세계에는 불가사의함이 존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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