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도서관 가는 길에 잠시 들러본 `해운정사`
해운대로 차를 타고 갈 때마다 왼편 산쪽에 큰 절이 있는 걸 보곤 했지만 그저 '저기 절이 있구나'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지나치기 일쑤였다가 오늘 바리스타 실기 시험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해운대 도서관의 우동 분관을 향해 가는 길에 그냥 걷다보니 우연찮게 이 절의 입구가 나오는군요. 앗, 이 절이 여기에 있었구나.
여기는 `해운정사`입니다. 지금은 주택가 바로 옆에 인접해 있지만 예전에는 여기가 숲 한가운데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해운대 바닷가에 고층빌딩들만 없었다면 바다도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위치입니다. 저 문에는 다른 사찰에 양쪽으로 서 있는 사천왕상 대신 선녀가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입구로 들어가 올라가는 계단 양쪽에는 해태가 좌우에 한 마리씩 있네요.
"뭘 보심...?"
얼마 안되는 계단이지만 올라가는 동안 마치 속세에서 묻은 때를 잠시 떨치는 의식을 실행~. 쿵푸팬더에서 '포'가 올라갔던 계단에 비하면 아주 가뿐하게...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서 올라가야겠죠.
계단을 오르니 저 앞에 보이는 '圓通寶殿'. 부처님들이 계시는 대궐이자 중생들이 위로를 받는 안식처입니다.
왼쪽편엔 황금빛의 관세음보살께서 불탑을 배경으로 서 계시고 탑의 꼭대기에는 해가 걸려 있습니다.
살짝 뒤를 보니 탑 아래에 작은 불상들도 죽 나열되어 있군요.
탑 오른쪽에는 많은 부처와 조사 그리고, 선사들이 한 자리에 앉아 계시는데 가까이서 보면 조각이 어찌나 잘 만들어져 있는지 한눈에 척 봐도 모두 해탈을 하신 그 평온한 표정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번뇌를 못 끊어서 죄송~...
그 옆으로 더 들어가면 범종이 있습니다. 저거 한번 쳐보고 싶지만 그러면 33번을 쳐야 됨. 그것도 한 번 친 종의 울림이 다 그친 뒤에 또 쳐야 되니까 40분 동안 종만 치고 있어야 됩니다. ㅡ.ㅡ;;
이제 오른 편을 구경하러 가야죠. 날이 더워서 그런지 문을 하나 열어 놓았네요.
안을 들여다 보니 사람들이 군데군데 앉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한달 있으면 '4월 초파일'이네요.
아~ 날씨 좋다. 땀이 나려고 그래요.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하나 사오길 잘했군요. ^^
여기는 '관음보궁 ' 입니다. 규모는 작은 전각이지만 이상하게 이 사찰에서 제일 맘에 드는 구조물입니다. 아담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불상은 없고, 높은 전각답게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양쪽에 있습니다.
많은 보살들의 만다라 가운데 연꽃과 함께 있는 관세음보살.
음, 다른 사찰들의 대웅전이라고 할 수 있는 '대불전'인가 봅니다. 좀 특이한게 다른 곳에는 대웅전이 가장 크고, 중앙에 있는데 여기는 한쪽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사찰을 설계하신 분의 깊은 뜻이 있는건가... 일단 여기도 들어가 봐야죠.
역시 대불전답게 큰 불상과 만다라의 세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안이 꽤 넓고 탁 트인 느낌에 비어 있지만 왠지 충만함이 서려 있는 기분이 드는 공간이었습니다.
이 곳 안에는 사람들이 없는데 매우 깨끗하고, 조용하면서 자연 채광이 훌륭해 오후의 햇살이 그대로 들어와 내부를 아주 밝게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대불전의 위치를 이렇게 배치한 이유가 이것이 아닐런지..
맨 위 사진에 나온 입구로 다시 나오다보면 이렇게 '해탈문'이라는 현판이 보입니다. 이 절에서 심신의 무거운 짐을 벗고 저 문을 나서면 해탈에 도움이 되려나요. 어쨌든 눈부신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해탈문을 나오는 기분이 아주 가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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