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 S. L. 그레이
2012년 전후를 기점으로 한때 미국에서 `지하 벙커`가 화제로 떠올랐던 적이 있었고, 지구적 대규모 재난을 피할 수 있는 피난처라고 언급되었다. 2012년 종말론은 마야 달력에 근거를 두고 있었으며 그 해 12월 21~23일은 지나갔지만 그 이후에도 이런 저런 말들은 이어졌다.
그 중에 몇 년 전에는 역시 미국에서 적지 않은 수의 대기업과 금융권의 CEO나 중역들, 그 외 정재계의 거물들이 갑자기 사임을 하며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추는 일들이 이어져 이에 대한 음모론도 나돌았는데 그것 역시 지하 벙커와 관련이 있다는 말이 나돌았었다.
그런 벙커 건설이 유행처럼 붐을 이루며 안에 수영장과 각종 유흥을 즐길 수 있는 편의시설까지 갖춘 초호화 벙커가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졌고, 그 안에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무기류와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식품들이 대량으로 보관되어 있는데다 외곽에는 별도의 경비인력까지 배치되어 있다.
미국은 지난 몇년 간 거시적인 경기가 회복되는 양상을 나타내며 실업률도 완전 고용상태를 보였고, 금리를 계속 올려왔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미 경제는 많이 망가진 상태고, 마약성 약물 처방에 의지하여 살고 있는 국민들의 숫자도 엄청난 와중에 보도가 끊이지 않는 총기 난사 사고들은 공동체의 와해가 이미 심각한 상황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런 모습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은 근 미래에 사회적인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테러의 일상화 및 경제와 함께 연방 자체가 붕괴되는 극심한 아노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그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본주의의 종착역인 도저히 좁힐 수 없는 양극화와 빈부격차임이 원인이라는 경고가 나온지도 이미 오래. .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는 항상 변수들이 많고, 미처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현실로 드러나는 경우들이 많아 소설에서는 이런 경제 위기가 아닌 출처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대혼란 속에서 자신들의 선견지명과 빠른 행동이 옳았음을 되새기며 미리 구입해두었던 호화 벙커로 향하는 각기 다른 여러 가족들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벙커에 모이는 가족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지만 이들 각 가정은 어딘가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들을 하나씩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 그렇듯이 겉으로는 티를 안내려고 하지만. . 게다가 막상 도착하고 보니 구입 전 설명회에서 들었던 초호화 벙커라는 팜플렛의 화려한 소개와 설명과는 뭔가 거리가 있어 보인다.
벙커를 건설한 책임관리자는 연신 "노 프라블럼"을 외치며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지만 지하 8층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사실을 알고 아무래도 찜찜함을 떨쳐버릴 수 없는 사람들은 어쨌든 자신들이 머물 공간을 배치받게 된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시작인 최초의 사건이 발생하며 사태는 급박하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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