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8. 16:54

CERN, 한국과학자 이름 붙은 새 입자 찾는다


LHC 7번째 실험에 '조-메이슨 자기홀극' 검증 포함
조용민 건국대 석학교수가 1997년 제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컨트롤 센터 내부 전경(EPA=연합뉴스)

'힉스 입자' 실험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세계 최대의 과학실험 시설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 강입자가속기(LHC)에서 한국인 과학자의 이름이 붙은 새로운 입자를 찾는 실험이 이뤄진다.

이 입자는 '조-메이슨(Cho-Maison) 자기홀극'이라는 것으로 이를 이론적으로 예측한 조용민(68) 건국대 석학교수의 이름이 붙어 있다. 18일 CERN의 연구 소식을 다루는 홍보지 'CERN 쿠리어(CERN Courier)'에 따르면 CERN은 '자기홀극(magnetic monopole)'을 찾는 'MoEDAL(Monopole and Exotics Detector At the LHC)' 실험에 최근 착수했다. 이 실험은 LHC의 7번째 프로젝트다.

앞서 지난 6월 스위스에서 열린 MoEDAL 실험그룹의 워크숍에서는 다양한 자기홀극 모델 가운데 LHC로 실험적 검증·확인이 가능한 대상 중 하나로 조-메이슨 자기홀극이 비중 있게 거론됐다.

MoEDAL의 주요 검증 대상인 자기홀극은 간단히 말해 자석(磁石)의 N극이나 S극 중 어느 하나만 홀로 존재하는 것으로 이론적으로만 예측되고 있을 뿐 아직까지 실험적으로 발견된 적이 없는 존재다.

조용민건국대 석학교수

우리가 알고 있는 자석에는 N극과 S극이 항상 함께 존재한다. 자석을 잘라서 N극과 S극을 분리하려고 시도하더라도, 잘린 조각 각각이 다시 N극과 S극을 갖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자기장(magnetic field)은 항상 N극과 S극의 이중 극을 지닌 '닫힌 고리' 모양이 된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그러나 1931년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폴 디랙(Paul A. M. Dirac·1902∼1984)이 자기홀극의 이론적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를 내놓았으며, 이후 자기홀극에 관한 여러 가지 이론적 모형과 실험적 확인 시도가 있었다.

조-메이슨 자기홀극은 자기홀극에 대한 이론적 모형 중 하나다. 조용민 교수는 1997년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디터 메이슨(Dieter Maison) 수석연구원과 공저한 논문을 통해 이를 발표했다. 이 모델이 주목을 받는 것은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The Standard Model)의 틀에서 예측되는 유일한 자기홀극이라는 점이라고 조용민 교수는 설명했다.

1960년대에 나온 표준모형은 이미 자연의 기본 법칙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CERN의 최근 연구 중 가장 유명한 '힉스 입자(Higgs boson)' 실험은 표준모형의 최종 검증·확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표준모형이 옳다면 조-메이슨 자기홀극이 실제로 존재할 개연성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게 된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자기홀극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시도는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어서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실험적으로 확인만 되면 물리학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관측이다. 조 교수는 "CERN이 이번 연구로 조-메이슨 자기홀극의 존재를 확인하면 물리학의 100년 넘는 숙제가 풀리게 되는 것"이라며 "자기홀극이 발견된다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우주 입자가 확인되는 것으로, 블랙홀 발견에 비견될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 임화섭·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