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5. 13:20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 전6권.

신 제1부 (양장) - 8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열린책들

'... 너희는 스스로 아주 영리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럼 너희가 한 번 신 노릇을 해봐라. 너희가 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내가 인간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그렇게 묻고 싶다. 내친 김에 이런 말도 하고 싶다. 신 노릇 하기가 쉬워 보이냐?...'

`파라다이스`와 함께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 이야기집 `나무`의 마지막 장에 나온 신들의 세계라는 짤막한 이야기가 이 전6권짜리 장편소설 `신`을 쓰기 위한 전초 작업이었다는 것을 작가는 밝힌바 있다. 이 소설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오래 전 읽었던 `타나토노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천사들의 제국`을 거쳐 그 이후의 내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재미있게 읽었던 타나토노트에 나온 천계의 단계를 보면,

영계의 첫 관문인 청색 천계,
공포와 싸워야 하는 흑색 천계,
욕망과 쾌락의 영역인 적색 천계,
시간에 맞서 기나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주황색 천계,
절대지의 영역인 황색 천계,
완벽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녹색 천계,
영혼들이 심판들 받기 위해 긴 행렬을 지어 나아가고 있는 백색 천계가 있다.

`타나토노트`에서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의학과 약물의 도움을 받아 `영계`를 탐사하던 사고뭉치의 친구 `라울`과 기발한 등장인물들을 포함한 주인공 미카엘 일행들이 죽은 후 천국에 가서 천사로서 부여받은 임무를 통해 지상의 인간들을 돌보며 보다 높은 차원을 탐사하던 안겔로 노트의 `천사들의 제국` 다음으로 계속해서 더욱 진화를 하기 위해 신이 되고자 훈련하는 후보생으로서 겪는 이야기들이 여기에 담겨 있어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우리나라를 제2의 조국으로 생각하면서 그에 합당한 모습을 본인의 작품 속에서 많이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소설 속 주인공을 우리나라 사람으로 설정한다든지 이 작품에서는 우리 민족이 겪었던 역사적 아픔, 특히 일본이 우리에게 저지른 역사적 만행과 2차 세계대전 중 강제 성노예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고, 정확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 책이 일본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좀 궁금해졌다. 하도 역사의식이 희미하니 소설속에서 소설쓰고 있다고 폄하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미 영적 존재인 천사라는 과정을 거쳤음에도 인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다시금 육신과 감각을 가진 존재로 하늘에서 떨어진 황망한 사태를 어떻게 이해하지. 그렇지만 어쨌든 떨어진 곳은 지구가 아니고 여기에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있으며 그들은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이면서 탈락여부를 결정하는 시험관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욱 황당한 것은 이 훈련생이자 신들의 후보생들 중에서 살신사건(?)이 발생하며 죽는 존재가 생긴다는 것과 밤이 된 이후 경계영역을 벗어나면 안되며 특별히 숲과 산으로는 절대 들어가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받았다는 사실이다. 천사를 거쳐 신이 되는 과정에 있는 존재들이 뭐가 무서워서일까?

신은 프랑스에서 100만 부 가까이 팔린 베르베르 최대의 히트작이다. 개미 사회에서부터 죽음 이후의 세계, 우주로의 탐헝 등 상상력의 한계를 허물어뜨려온 베르베르가 9년에 걸쳐 준비한 소설로 가히 베르베르식 우주의 완성이라 할 만하다. 제1부 <우리는 신>에서 낮에는 신이 되기 위한 수업을 받으며 야간에는 금지구역으로 설정된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이중생활을 하면서 자신들이 속한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들에게 금지란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여기엔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을지도.. 왜냐하면 주인공 미카엘은 신들의 드러나지 않는 관심을 받으며 급기야 '모두가 기다려온 자'라는 수식어를 가질 뿐만 아니라 수수께끼도 부여받게 되니 그것은,

신보다 우월하고 악마보다 나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있고
부자들에게는 이것이 부족하다.
만약 사람이 이것을 먹으면 죽는다.

신들의 수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제2부 <신들의 숨결>에서 후보생들은 18호 지구라고 명명된 행성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인류문명 게임인 Y게임을 통해 각기 그들만의 고유한 문명 만들기를 시작하게 되고, 그들이 창조한 인류는 각기 저마다 특정한 동물의 생태를 본떠 독특한 문화와 문명을 건설해 나가며 거북족, 돌고래족, 호랑이족, 쥐족, 독수리족, 사자족, 말벌족, 개미족, 상어족 등등의 민족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흥망성쇠를 이루어 나간다. 다양한 종족들이 18호 지구에서 저마다 독특한 문명과 영토를 유지하며 번성하다가 호전적인 일부 종족들의 멍석말이 정복전쟁에 휘말려 복속되기도 하지만 언제까지나 강성함을 유지하는 종족이란 없으므로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은 또다른 힘있는 종족들에게 그들이 했던 행위와 똑같이 무릎을 꿇는다.

이들 신 후보생들이 게임을 벌이고 있는 18호 지구에는 이와 같이 전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인 미카엘 팽송은 전혀 호전적이지 않은 돌고래족을 만들어내어 주로 과학과 예술 그리고, 학문 등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어 가지만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험난한 민족간 힘겨루기에서는 언제나 희생양 신세를 면치 못하는 고난의 역사만을 자신의 민족에게 안겨줄 뿐이다. 그러면서도 물이 소리 소문없이 스며들듯 그가 창조한 민족의 사상과 문화는 어느새 전 행성의 민족들에게 파고들어 영향을 미치고 있고, 고전을 면치못하는 게임 진행속에서도 탈락만은 면하는 극적인 진행의 연속을 겪는다.

18호 지구의 민족들은 저마다 빠르게 발전해가고, 민족들 간에 피할 수 없는 전쟁들이 일어나면서 탈락하고 남게 되는 후보생들의 명암이 엇갈린다. 그와 더불어 후보생들 사이의 갈등도 점점 고조되어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베르베르는 이 작품에서 인류의 문명과 역사라는 일견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신들의 게임>이라는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발랄하면서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독자들은 신들의 학교에서 문명을 만들어 나가는 신들에게 스스로를 투사함으로써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신이 되기 위해 신들의 도시 올림피아에 모였던 144명의 후보생은 어느새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고, 18호 지구의 민족들은 계속해서 저마다의 문명을 발전시켜 나가며 엇갈리는 민족의 운명과 함께 갈등이 커진 후보생들 사이의 문제가 우려할 수준에 이르는 이 와중에 미카엘은 아프로디테가 내준 수수께끼를 풀고 올림포스 산에 올라가 신들의 신을 만나려 하는데... 여기가 끝이 아니니 작가의 진짜 기발함은 여기서부터 또다시 시작이다.

 

천사들의 제국 - 베르나르 베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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