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7. 14:11

큰개자리 시리우스(Sirius) 별

미르잠은 `예고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아라비아 말에서 비롯되었다. 이 별은 시리우스와 동쪽 지평선 위에 거의 같은 지점에 있고 시리우스가 뜨기 바로 직전에 떠오른다. 따라서 미르잠은 그 거대한 별(시리우스)의 출현이 임박했음을 `예고`한다. 미르잠은 `웨젠(Wezen, 2등별)`이나 `아드하라(Adhara, 아다라 ; Adara라고도 부른다. 2등별)`보다 덜 밝지만, 좀 더 높은 곳에 있어서 눈에 더 잘 띈다.

실제로 아드하라는 하늘에 있는 별들 중에서 22번째로 밝은 별이며(이등별 중에서는 가장 밝은 별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레굴루스(Regulus, 사자자리의 으뜸별로 일등별 중에서 가장 어두운 별)`와 밝기가 거의 같지만, 바로 옆에 있는 시리우스가 워낙 밝아서 그 빛을 잃고 있다.

`시리우스(Sirius)`는 `태우는 듯한`이라는 뜻의 그리스 말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그러나 이 별은 `개의 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밤하늘의 어떤 별도 이 남쪽 하늘의 반짝이는 청백색 보석보다 밝지 못하다. 이 별은 `베텔기우스`(Betelgeuse, 오리온자리의 으뜸별)나 `알데바란`(Aldebaran, 황소자리의 으뜸별)같은 일등별 보다 거의 열 배나 밝다. 시리우스가 밝게 보이는 이유는 이 별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들 중 하나로 그 자체가 뜨겁고 밝은 별이기 때문이다

시리우스의 표면온도는 대략 섭씨 1만 도이다. 태양의 온도는 섭씨 6,000 도 정도이다. 우주에서 지구와 가장 가까운 백 개 정도의 별들 중에서 시리우스는 가장 뜨겁고 가장 빛나는 별이다. 우주의 먼 곳에서는 실제로 시리우스보다 훨씬 더 밝은 별들이 많다. 그러나 지구 근처의 우주에서는 시리우스가 '이 동네의 골목대장'이다.

시리우스는 은하계에서 우리 별의 가장 가까운 이웃 중의 하나이다. 대부분의 북반구 관측자들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들 중에서 시리우스는 태양을 제외하고 가장 가까운 별이다. 단지 네 개의 다른 별들, 또는 다중별(多重星, multiple star)들이 시리우스보다 더 가깝게 있다. 이들 중에서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은 남반구에서만 볼 수 있다. 그리고 세 개의 다른 별들은 너무 희미해서 망원경 없이는 볼 수 없다.

시리우스는 지구에서 약 9광년(약 85조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별들의 거리에 대한 감각을 얻기 위해서 다음을 상상해 보자. 만약 태양을 탁구 공의 크기로 생각한다면 지구는 꼭 4미터 떨어져 있는 점이고, 시리우스는 2,250 킬로미터의 거리에 있는 테니스 공이다.

시속 8만 킬로미터로 나는 보이저와 같은 우주선으로 시리우스까지 여행하는 데는 심만 년 이상 걸릴 것이다. 이와 같이 엄청나게 떨어져 있는데도 우리가 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어느 별도 따를 수 없을 정도의 두드러진 밝기 때문에 시리우스는 인류의 신화 속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이 별은 모든 문화권에서 놀라움과 존경의 대상이었다. 개(또는 늑대)의 모습과 이 별으을 연관시킨 것은 놀랍게도 보편적이며, 이 별에 관한 인류의 아주 오래된 사색을 알 수 있게 한다. 시리우스는 `나일강의 별`로써 이 별을 숭배했던 고대 이집트인들에게는 특별한 중요성을 가졌다.

또한 이 별은 여름의 첫날(당시엔 이날이 1월 1일이었다.) 해뜨기 직전에 동쪽에서 떠오른다. 이 별의 떠오름은 농업에 기반을 둔 나일강 유역 마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연례 행사인 나일강의 홍수를 예고했다. 몇몇 이집트의 신전들은 떠오르는 이 별빛이 그 내부 깊숙히 침투할 수 있도록 방향이 잡혀졌다.

한편 북방 문화에서는 태양과 시리우스가 함께 떠오르는 것은 7, 8월의 찌는 듯한 무더위가 가까이 왔음을 의미했다. 그래서 이 별이 나타나면 불길하게 여겼다. '버질(Virgil, 고대 로마의 시인)'은 이 뜨거운 별자리를 '개의 별'이라고 표현했다. 이 개의 출현은 허약한 인류에게 가뭄과 질병을 가져오고 불길한 빛으로 하늘을 물들인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늦여름의 더위를 `개의 날`(우리나라의 삼복)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별이 인류의 운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은 고대의 선조들 사이에서는 거의 보편적이었다. 현대 과학의 등장은 이 믿음을 기이한 미신 정도로 후퇴시켰다. 우리는 더 이상 시리우스를 떠받들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들은 겨울 하늘을 밝게 비추는 이 별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