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0. 17:27

<우화 이야기> 이 세상에는 왜 악이 존재하는가

한 은자가 숲 속에 살고 있었다. 그 숲 속 동물들도 이 은자와 친해 서로 마음을 나누기도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어느 날, 은자가 나무 그늘에 누워 잠이 들려는 찰나 까마귀, 비둘기, 사슴, 뱀 등이 모여들었다. 이 짐승들은 '어째서 이 세상에는 악이 있는가?' 라는 문제를 놓고 토의를 시작했다.

까마귀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이 세상의 악은 모든 굶주림 때문에 생긴 것이야. 배불리 먹고 나뭇가지에 앉아 까악까악 노래하고 있으면 정말 즐겁고 유쾌하지. 그러나 아침부터 밤까지 배가 고프면 모든 일이 귀찮고 불쾌해서 마침내는 들과 산도 보기 싫게 되거든. 공연히 마음이 심란해져서 안정을 찾을 수 없어. 그러다가 고깃덩어리라도 하나 보게 되면 더더구나 참지 못하고 앞뒤를 가리지 않고 덤벼들게 되는거야.

그러다 잘못되면 몽둥이 찜찔을 받기도 하고, 돌이 날아오는 일도 있고, 늑대나 개에게 쫓기는 일도 있지만, 역시 먹이를 찾아나서지 않을 수 없어. 이 굶주림이란 것 때문에 우리 친구들이 얼마나 당했는지 몰라. 그러므로 세상의 악은 모두 굶주림에서 생기는거야."

비둘기도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나는 굶주림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해. 만일 우리가 각각 떨어져 혼자 살아간다면 고통도 적어질거야. 혼자 산다면 가난해도 좋고 부자라도 상관없잖아. 하지만 우리는 늘 부부가 함께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의 상대가 없어지면 그리워서 도저히 살 수 없고 언제나 마음이 놓이지 않아.

상대가 어디로 날아가기라도 하면 죽고싶을 정도로 외롭고 고통스러워지잖아. 혹시 독수리에게 채여간 것은 아닌가, 사람들에게 붙잡힌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어 찾아보기도 하지만 오히려 혼이 나는 수도 있지. 그 바람에 독수리에게 채이거나 사람에게 붙잡히거나 하니까.

만일 상대가 없어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그야말로 모든 게 끝장이야.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그저 울면서 찾아다니게 되는거야. 우리 동료들은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이 목숨을 잃었는지 몰라. 그러니까 세상의 악은 굶주림 때문이 아니라  모두 사랑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해."

뱀이 말했다. "나는 굶주림이나 사랑 때문이 아니라 증오 탓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평화롭게 살면서 분노하는 일이 없다면 모든 것이 순조롭겠지만 만일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화가 나서 모든 것에 증오를 품게 되거든. 그러면 그 증오를 어디에 발산할 것인지 그 일만 생각하게 되는거야.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물어뜯을 상대를 찾게되지. 가엾다는  생각 따위는 전혀 없어지는거야. 친구라도 물어 죽이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끝내는 자기 자신을 물어뜯을지도 몰라. 그래서 자기 자신을 파면실킬 때까지 증오하게 되는거야. 그러므로 이 세상의 모든 악은 증오에서 비롯된다고 봐."

사슴이 말했다. "아냐. 증오나 사랑이나 굶주림 때문도 아니고, 오직 공포 때문이지. 만일 공포만 없다면 모든 것이 잘되고 행복할거야. 우리는 힘이 있고 발이 빠르므로, 작은 동물은 뿔로 쫓아버리고, 큰 짐승을 만났을 때에는 도망치면 그뿐이지만 역시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어.

숲에서 나뭇가지 하나가 부러지고 나뭇잎이 바삭거리기만 해도 두려운 나머지 전신이 오싹하고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아. 토끼가 달아나도, 새가 날개를 쳐도 맹수가 아닌가 싶어 도망치기 때문에, 오히려 이 때문에 정말 맹수를 만날 경우가 있어. 그런가 하면 개를 피하려다 사람은 만나게 되기도 해.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는 일도 많아. 잘 때도 깊이 잠들지 못하고 귀를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니 잠시도 편할 시간이 없어. 이 세상의 악은 모두 공포 때문인 것이 확실하다고 믿어."

그들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은자가 말했다. "우리의 고통은 굶주림이나 사랑 때문도 아니지. 또 증오나 공포도 아니야. 이 세상의 악은 우리 자신 때문에 생기는거야. 굶주림도 사랑도 증오도 모두 자신한테 원인이 있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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