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5. 13:41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우화 이야기

아주 오랜 옛날 일리아스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가 결혼한 지 1년 만에 죽었는데, 별로 재산을 남기지 못했다. 이때 일리아스의 손에는 암소 두 마리, 암말 두 마리, 양 20마리뿐이었다. 그러나 일리아스는 열심히 일하여 재산을 늘려 나갔다. 그들 부부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했다.

아침에는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나고, 밤에는 어느 이웃보다도 늦게 잠자리에 들면서, 조금씩 재산을 쌓아나갔다. 일리아스는 이처럼 열심히 일한 결과 30년이 지나자 상당한 부자가 되었다. 일리아스는 200마리의 말과 150마리의 소, 그리고 1,200마리의 양을 가지게 된 것이다.

고용된 남자들이 일리아스의 가축을 돌보았고, 고용된 여자들이 암소와 암말의 젖을 짜서 마유주와 치즈와 버터를 만들었다. 일리아스는 아무것도 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때문에 주위에서는 그를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웃 사람들은 항상 이런 말을 했다.

"일리아스는 복받은 사람이야.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 가지고 있으니 죽어서 극락에 갈 필요도 없을 걸. 이 세상이 이미 극락일테니까." 신분 높은 사람들도 그와 친구가 되고 싶어했다. 멀리 있는 사람들도 그를 찾아왔다. 일리아스는 그들을 친절히 대하고 진수성찬을 대접했다. 누가 찾아와도 마유주와 차, 셔벗과 양고기를 대접했다. 그리고 손님이 오면 언제나 양 한두 마리를 잡았다. 손님이 많이 왔을 때는 암말을 잡기도 했다.

일리아스에게는 세 명의 자식이 있었다. 아들 둘에 딸 하나였는데, 그들은 모두 결혼하여 따로 생활하고 있었다. 일리아스가 가난했을 때는 자식들도 같이 일하고 가축을 돌보았다. 그러나 부자가 된 뒤에는 자식들은 일을 하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한 아들은 술주정뱅이가 되고 말았다. 장남은 싸우다 살해당했고, 둘째는 둘째대로 못된 여자와 결혼하여 부모의 말을 듣지 않아 마침내 부모와 별거하고 말았다.

일리아스는 아들 부부와 별거하면서 집과 약간의 가축을 나누어 주었다. 이리하여 일리아스의 재산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더구나 전염병이 돌아 양들이 잇달아 쓰러졌다. 더구나 전염병이 돌아 양들이 잇달아 쓰러졌다. 이듬해는 큰 흉년이 들어 건초가 부족하여 그해 겨울에 많은 소들이 죽었다. 또한 가장 좋은 말들을 도둑맞고 말았다. 그리하여 일리아스의 가산은 점점 더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리아스의 기력도 차차 쇠퇴하였다.

일리아스가 70세가 될 무렵에는 외투와 융단과 포장마차까지 처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마지막에는 한 마리밖에 없는 암소마저 팔게 되었다. 일리아스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몸에 걸치고 있는 옷, 털외투, 모자, 그리고 나이 많은 아내뿐이었다. 더구나 별거한 아들 부부는 멀리 떠나 있었고, 딸은 이미 죽었기 때문에 이 늙은 부부를 돌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근처에 사는 무하메드샤프라는 사람이 이 노부부를 가엾게 여겼다. 그는 가난하지도 않고 부자도 아닌 보통 사람이었으나 아주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었다. 옛날 일리아스에게 신세를 진 일도 있고 해서 그를 동정한 나머지 이렇게 말했다.

"일리아스 씨, 부인과 같이 우리 집에 와서 사십시오. 여름에는 오이밭에서 힘에 맞는 일을 하시고, 겨울에는 소와 말에게 꼴을 주는 일을 하십시오. 그리고 아주머니는 말의 젖을 짜서 마유주라도 만들면 될 것 아닙니까. 두 분이 먹고 입을 것은 제가 책임질 것이고, 그 밖에도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드리겠습니다."

일리아스는 이 이웃에게 감사하며 부부가 고용인이 되어 무하메드샤프의 집에서 살기로 했다. 처음에는 일이 고단했으나 차차 익숙해졌다. 그러하여 자신들의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일하면서 지냈다. 주인으로서도 일리아스를 고용한 것이 편했다. 일리아스는 한 집안의 주인이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결코 소홀함이 없고, 또 열심히 일했다.

무하메드샤프는 그토록 잘살던 사람이 한 순간에 몰락한 것을 보고 여간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 어느 날 무하메드샤프의 친지가 멀리서 찾아왔다. 또 무라(회교의 승려)도 왔다. 이에 무하메드샤프는 일리아스에게 양을 한 마리 잡으라고 말했다. 일리아스는 양을 잡아 고기찜을 만들어 손님 앞에 내놓았다. 손님들은 고기를 먹고 마유주를 마셨다. 그리고 나서 융단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세상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일리아스가 열려 있는 방문 앞을 지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한 손님이 말했다. "지금 이 앞을 지나간 노인은 이 집에 계시는 분입니까?"

"네." 무하메드샤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가 상당히 많은 듯한데 일을 해야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 노인도 옛날에는 부자였지요."

손님이 쳐다보자 주인은 말을 이었다.

"일리아스라는 사람인데, 혹시 소문을 듣지 못했습니까?"

"듣다뿐이겠습니까."

손님이 말했다.

"직접 만나지는 못했으나 그 소문은 멀리까지 자자했지요."

그럴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 푼도 없는 빈털터리가 되어 우리 집에서 고용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나이 든 부인도 깉이 우리 집에서 젖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손님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말했다. "운이란 수레바퀴처럼 돌고 도는 것이군요. 한 사람이 올라가면 한 사람은 내려가기 마련인 듯합니다. 그래, 그 노인은 자주 슬퍼하고 있겠군요?"

"글쎄요,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조용하게 살면서 열심히 일만 하고 있으니까요."

"그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상관없을까요?" 손님이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그 사람의 생활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네, 좋습니다."

주인은 일리아스를 불렀다.

"여기와서 우리와 같이 마유주를 마시지 않겠소? 할머니도 같이 오세요."

일리아스가 아내와 함께 왔다.

마유주가 든 잔이 일리아스 앞에 놓여졌다. 일리아스는 주인과 손님의 건강을 축복하며 한 모금 마시고나서 잔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노인장." 일리아스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던 손님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보기에는 무척 쓸쓸하신 것 같군요. 옛날 생각을 하면 지금의 생활이 매우 고달프겠습니다."

그러자 일리아스는 빙긋이 웃고 대답했다.

"내가 행복과 불행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면 손님께서는 저의 의견에 동의를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차라리 내 아내에게 묻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여자란 마음에 있는 것을 모두 속시원히 말해버리는 법이니까요. 있는 그대로 대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손님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할머니, 행복했던 옛날과 불행한 오늘을 비교할 때 어떤 마음이 드는지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

할머니가 대답했다. "우리 부부는 50년 동안이나 함께 살면서 행복을 찾았지요. 그러나 끝내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처럼 무일푼이 되어 고용살이를 한지 2년째가 됩니다마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이지 더할나위 없는 행복을 찾게 되었습니다."

손님들은 깜짝 놀랐다. 주인도 놀람을 금치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할머니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할머니는 두 손을 모으고 서서 나이 든 자기 남편의 얼굴을 웃는 낯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도 역시 웃는 얼굴로 그녀를 대했다. 할머니는 말을 계속했다.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 부부는 50년 동안 행복을 찾아 헤매었습니다. 그러나 돈이 있는 동안에는 그것을 찾지 못했지요. 지금 이렇게 알몸이 되어 남의 신세를 지게 되고서야 비로소 우리는 이 이상의 행복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그렇게 행복하다는 것입니까?"

손님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우리가 부자일 때는 할 일이 많아 부부가 이야기를 나눌 틈도, 영혼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하느님께 기도드릴 여유도 없었습니다. 손님이 오면 흉을 잡히지 않기 위해 무엇을 대접하고 어떤 걸 선물로 줄 것인지를 걱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어요.

손님이 돌아가면 이번에는 고용인들에게 신경을 써야했죠. 또 물건을 도둑맞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남을 의심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죄이겠습니까? 늑대가 송아지나 양을 물어가지 않을까, 도둑이 소를 훔쳐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지요. 잠자리에 들어도 양이 새끼를 밟아 죽일까 해서 밤에도 몇 번이나 일어나 살피러 가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한 가지 걱정이 사라지면 또 다른 걱정이 생겼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영감과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다투는 일도 많았습니다. 영감이 이렇게 하라고 하면 나는 저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우기게 되니까 말입니다. 여기서 다툼이 벌어져 죄를 또 짓게 되는 것이었지요. 이처럼 걱정과 걱정, 죄와 죄가 쌓이는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행복이라는 것은 조금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럼, 지금은 어떻습니까?"

"지금은 우리가 매일같이 사이좋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지요. 다툴 일도 없고 걱정할 일도 없습니다. 굳이 걱정이 있다면,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일해서 주인에게 이득이 되도록 하겠다는 생각뿐이었지요. 집에 돌아오면 점심도 저녁도 있고, 마유주도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습니다. 추울때 쓸 땔나무도 있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모피 외투도 있습니다.

이야기할 시간도 있고, 영혼은 대해 생각할 시간도 있으며, 하느님께 기도드릴 여유도 있습니다. 우리는 50년 동안 행복을 찾아 헤매다가 지금에야 겨우 그것을 찾았습니다." 손님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리아스가 말했다.

"여러분, 웃지 마십시오. 이것은 거짓이 아닙니다. 진실한 인간의 생활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둘 다 바보였기 때문에 재산을 잃었을때 처음에는 크게 낙담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진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여러분을 위해서 말씀 드리는 겁니다."

그러자 주인이 말했다. "아니, 현명한 말씀입니다. 일리아스 씨가 한 말에는 티끌만한 거짓도 섞여 있지 않습니다. 훌륭한 책에도 그와 같은 말이 씌어 있습니다." 그러자 손님들은 웃음을 그치고 모두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