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 |
창문너머 도망친 100세 노인에 이어 요나스 요나손이 펴낸 그의 두 번째 소설. 물론, 그것과는 아무런 관련은 없습니다. 전작보다 문장에서 더욱 위트가 느껴지는 이번 작품이 북반구를 누비며 비공식적으로 현대 역사의 고삐를 이리저리 틀었던 100살이 된 할배가 겪었던 이야기와의 차이점을 들자면 우선 주인공이 나이 어린 흑인 소녀라는 겁니다.
그 다음 칼손 노인장이 초장에 트렁크를 뚱친 것이 이야기의 발단과 구심점이 되었다면 이 소녀는 뜻하지 않게 어린 나이부터 원자폭탄과 얽히게 된 것이 줄곧 그녀의 인생을 크게 인도(?)할 소재로 등장하게 되지요. 어느 배경과, 학벌만 좋지만 알고보면 알코올 중독이자 무늬만 엔지니어에 의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우한 장소, 불우한 시기, 게다가 불우하다는 편견이 있을지도 모르는 인종(?!)으로 태어난 놈베코 마예키. 그녀는 아주 어렸을때부터 공동변소촌에서 분뇨를 수거하는 일을 했지만 그래도 해맑음을 잃지 않은 그리고, 똘망똘망하며 똑똑해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숫자를 가지고 셈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됩니다.
말로는 정확히 얼마나 많은지 표현하기 힘들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아주 많이 살고 있는 거주지역이다 보니 당연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이러 저러한 일들 속에서 어떤 나이든 남자를 가위로 위협(?)해 그에게서 글을 읽는 법도 배워 일찌감치 책 제목에 달린 그 까막눈이에서 벗어난 그녀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가기로 마음 먹는데 그 이유들 중 하나는 국립도서관의 장서를 구경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거였지요.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인생이란 마음대로 뜻대로 되지 않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작가도 그러한 보편적인 진리를 십분 잘 써먹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장면이 어렴풋이 다발로 연상되고는 하는데 그렇게 보다 더 큰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폼을 잡기 위해 마음을 먹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그리고, 별안간 운명은 그녀를 원자폭탄과 그것을 개발하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잡아 끌어당겨 어디못가게 꽁꽁 묶어두려고 자동차를 보냅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소설의 중간쯤부터 진행됩니다. 다만, 후반부를 읽다보면 '어떻게 이렇게 망구 생각없는 멍청이들이 있담?' 하면서 두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지도 모르겠는데 만약 고혈압 환자가 아니라면 그다지 상관은 없을 것으로 사료는 되는바 책을 읽어도 건강에 별 영향은 끼치지 않겠습니다.
심각했던 현대사를 유쾌하게 지나온 어느 100세 노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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