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방영되는 선암여고 탐정단 원작 소설, 방과 후의 미스터리
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 - 박하익 지음/황금가지 |
선암여고 탐정단을 제일 처음 알게된 건 JTBC 뉴스룸 보려고 웹 페이지 접속했다가 영상 나오는 화면 밑에 달린 배너를 보고였습니다.
12월 16일 화요일부터 방영하는 케이블 드라마인가보다 생각하고 제목이 특이해서 검색해봤는데 이게 원작이 책이더군요. 내용이 어떻길래 드라마로 편성되는지 궁금해서 책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총 5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목차의 특이한 제목이 긴 수학 공식스럽습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여고를 다니는 사춘기 10대 소녀이고, 첫 대목부터 갑작스런 사건에 휘말려 얼떨결에 탐정단의 일환이 됩니다. 보다 정확히는 주인공 채율이 당한 사고를 접하고 먼저 결성되어 있던 이들 탐정단이 찾아온 것이죠. 그리고 그 사고라는 것은 처음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등교길에 갑자기 나타난 `변태`에게 손목을 물린 사건입니다.
무슨 바바리맨도 아니면서 뱀파이어도 아닌 것이 여학생 손목을 물고 달아나는 신종 변태가 등장했으니 여학생들의 관심이 초집중된 건 당연한 것일까요? 아무래도 호기심 땡기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 변태가 달아나기 전 꼭 여학생 입에 막대사탕을 하나 물려주고 간다는 겁니다.
스스로 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탐정단에 들어가게 되고, 범인을 잡는 활동에 동참하다 보니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범인의 비밀이 하나씩 벗겨지는데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범인을 잡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범인을 잡고보니 그때부터 전혀 새로운 미스테리가 벌어집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초반에 갑자기 뜬금없이 일제강점기 시절 활약한(?) 친일파 `김활란`이라는 인물을 언급하는 대목이 나오길래 잠시 '이 뭥미~?' 라는 생각으로 고개가 갸웃거려졌으나 그게 아무래도 나중에 고차원적으로 까는 작가의 복선이지 싶어요. 결국 겉다르고 속다른 인물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도 그러하다는 고발과 함께 은유적이며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어린 여고 학생 소녀들이 사건을 해결한답시고, 좌충우돌 벌어지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엮은 내용으로 생각했지만 과연 그렇기도 합니다. 읽다 보면 웃긴 대목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우리 교육의 현실과 사회적 문제점들에 대해 깊숙히 파고 들어간 작품인지는 미처 몰랐고, 읽으면서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탐정단의 표면적인 이야기와 그로 인해 드러나는 어두운 이면의 이야기가 앙상블을 이루고 있는 작품 구조네요.
선암여고라는 가상의 학교가 이야기의 배경이 되기는 하지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학교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백년지계, 학습 권리라는 걸 내세워 만든 보이지 않는 철옹성 안에 드러나지 않고 고여있는 적폐인 학교 현장의 비리문제와 10대 청소년들의 사랑과 성 그리고.. 낙태, 여학생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진행되어 더욱 잔혹한 집단 따돌림 왕따, 사춘기 학생들의 우상 아이돌과 인터넷 팬덤 문화, 부유하지만 학교 안처럼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는 가정사와 관련된 미스테리들이 등장하지만 최고의 미스테리는 바로 학교 안에 있습니다.
현재 잘못된 교육제도에 함몰된 우리의 10대 청소년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에는 다리를 꼰 채로 팔짱 끼고서 "우리 애는 절대 그럴리도 없고, 그럴 애가 아니란 말예욧!"이라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눈썹 치뜬 학부모 여편네가 아니라 이 책이 100배는 더 낫다고 봅니다. 생기발랄한 듯 품행이 방자한 탐정단은 다소 엉뚱한 모습들을 코믹하게 보여주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은 셜록 급. 얘들은 졸업하고 사무실을 하나 차려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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