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자욱한 산행에서 신선된 기분
가끔 한 번씩 가는지라 또 어느새 난간이 설치되어 있네요. 길은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까지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확실히 여름의 절정이라 황무지였던 지난 겨울에 비해 강아지 풀이 무릎까지 무성히 자라나 있더군요. 비가 오지 않아서 좋았지만, 이미 물기를 머금고 있는 풀들 때문에 바지가 허벅지까지 물에 젖었는데 그나마 방수 트레이닝 복을 입고 가길 잘했네요.
이제 숲의 입구에 다다랐습니다. 저 앞에 산이 보여야 하는데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안개 속으로 고고 씽~, 갑자기 미스트... ? ^^
아직은 초입이라 안개가 좀 옅은 편입니다. 그래도 지금이 한낮인데 주위가 좀 어둡습니다. 왠지 이런 분위기 좋은데요..
돌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돌을 쌓아 만든 돌무더기들도 보입니다. 오늘은 주말인데도 올라오는 사람들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 산 속에 나홀로?
날씨가 맑으면 여기서 산 정상이 보이거든요. 하지만 오늘은 안개 속에 둔갑을 했습니다.
산 길을 올라 가다보니 안개가 좀 더 짙어진 느낌입니다.
이 쪽은 장산의 서쪽 방향에 있는 길인데, 보통 산의 서쪽 방향엔 바위나 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곳은 다른 곳보다 지기가 쎄다고도 하죠. 그래서 이런 곳에서 기도를 하면 기도빨이 잘 먹혀 든다는 말도 있습니다. 금강산이 가장 대표적이라 옛부터 고승들이 거기서 수도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아래쪽으로는 계속 돌들이 쌓여 있고, 경사가 좀 가파르니 가까이 안 가는게 좋겠네요.
조금만 더 올라가면 약수터가 있습니다. 저 위쪽 어딘가에 있겠죠.
이렇게 돌로 만든 계단들이 잘 정비되어 있으니까 올라가는 길은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이거 다 여길 다녔던 사람들이 세월 속에서 하나 하나 만들었다는 거.
드디어 약수터에 도착했습니다. 만약 비가 많이 와도 아래 위로 방수 트레이닝 복 입고, 모자 쓰고 와도 나름 괜찮은 산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엔 이렇게 와도 땀이 별로 안 났는데, 지금은 여름이라 몸이 더워지고, 땀이 나네요. 이 물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여긴 주로 손과 얼굴을 씻는 곳입니다. 물을 긷는 곳은 위 사진에서 바가지가 걸려 있는 왼쪽 편이구요. 사실 이 물로 목욕하고 싶었음.
여기 플라스틱보단 표주박이 걸려 있으면 운치가 아주 그럴싸 하겠습니다.
올라올 때 사람들이 안 보여 짐작은 했지만 역시 사람들이 없네요.
그래도 조금 있으니까 한 사람 지나가고 또 한 사람 앉아서 쉬고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산 위에서 바라봐도 온통 안개라 도심 풍경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산행은 실로 오랜 만입니다. 1994년 5월 5일이 꼭 이런 느낌이었는데 그 날 지리산에는 눈보라가 휘날리면서 산 전체가 온통 흰 눈으로 뒤덮였었습니다. 2박 3일 동안의 여행 내내 날씨가 이랬지만 오히려 그게 너무 좋았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여기 잠시 서 있으니까 꼭 마치 무슨 신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뭐, 신선이 별건가요. 이 시간 만큼은 세속을 떠나 모든 것을 잊고 이슬을 마시며 산 속을 노니는 신선이 되고파.
커다란 물통 하나 짊어지고 내려오는 길에는 땀과 안개의 습기로 몸이 젖었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집에 가서 따끈한 물에 샤워를 하면 더 상쾌지겠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이 가벼워졌죠.
오늘은 장산뿐만 아니라 부산 전체가 안개에 잠긴 하루입니다. 그럼 부산에 사는 사람 모두 신선? 아니, 오늘따라 왜 자꾸 신선타령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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