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9. 21:00

'친일사전' 속 박정희·장지연·안익태... 친일행적 무엇이 담겼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언론인 장지연 등 식민지 시절 일제에 협력한 인물 4천 389명의 행각이 담긴 '친일인명사전'이 8일 공개됐다. 특히 사회 지도층 인사와 문화 예술인들이 대거 거론되고, 독립유공자까지 포함돼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사전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분을 만주지역에서 발행되던 일본어 신문인 '만주신문'(1939년 3월 31일자)을 인용해 기술했다.

당시 신문에는 "그가 만주국 군관으로 지원할 당시 '한번 죽음으로써 충성함 박정희'라는 혈서를 넣은 군관지원 편지를 제출했다. 멸사봉공(滅私奉公), 견마(犬馬)의 충성을 다할 결심입니다"라고 박 전 대통령이 소개됐다.

사전은 또 박 전 대통령이 1942년 일본 육군사관학교 본과 3학년에 편입했고, 1944년에는 만주국에 소속돼 일본군과 합동으로 팔로군을 공격할 때 소대장으로 작전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장면 전 국무총리는 1938년 조선지원병제도제정축하회 발기인으로 참여한 이래 1940년 국민총력 천주교경성교구연맹 이사를 맡았다는 이유로 사전에 이름이 올랐다. 이 연맹은 매월 첫째 주일에는 미사 후 단체로 신궁이나 신사참배를 하도록 했다고 사전은 밝혔다.

대표적인 항일논설인 '시일야방성대곡' 유명한 언론인 장지연도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지만, 사전에서는 그가 친일인사로 규정됐다. 사전에 따르면, 장지연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매일신보'에 조선총독부의 시정을 미화하고, 옹호하는 글과 한시 700여편을 실었다. 그는 또 1916년에는 총독으로 부임하는 하세가와 요시미치를 환영하는 한시를 매일신보에 싣기도 했다.

음악가 안익태, 홍난파와 무용가 최승희, 소설가 김동인과 시인 서정주 등 문화예술인사 들도 사전에 수록됐다. 안익태는 천황에 대한 충성을 주제로 한 일본정신이 배어 있어 일본 천왕 즉위식에서 축하작품으로 사용되던 일본 관현악 '에텐라쿠'를 차용한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에텐라쿠'를 1938년 발표했다.

이어 1939년 로마방송오케스트라 연주회, 1940년 불가리아 소피아 연주회 등에서 이를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또 1942년 만주국 건국 10주년을 경축하는 '만주환상곡'을 작곡해 기념음악회에서 지휘했다. 홍난파는 1937년을 전후해 일제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협력하는 내용의 가요를 작곡하고 관련 단체들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용가 최승희는 공연을 개최하면서 친일 성향의 소감을 밝히고, 공연수익 가운데 7만 5천원이 넘는 금액을 국방헌금과 황군 위문금 등으로 헌납했다고 사전은 밝혔다.

CBS 사회부 / 최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