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0. 12:27

MB정부 '눈속임'으로 부자 감세 은폐했다

이명박 정부의 세제개편으로 인한 혜택이 고스란히 고소득층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거듭 확인됐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과 국회예산정책처가 2008년(감세)과 2009년(증세) 세제개편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위 2%를 포함한 평균 소득 150% 이상의 고소득층에게 감세효과의 76.4%가 돌아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감세효과의 58%가 서민·중산층에 돌아간다는 정부의 발표 내용과 다른 결과다.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부자감세'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특히 정부는 2008년과 2009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당시 서로 다른 고소득층 기준을 적용해 "의도적으로 부자감세를 은폐했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종부세 등 포함하면 고소득층에 돌아가는 감세효과는 76.4%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세제개편을 단행했다. 대규모 감세를 추진한 2008년 세제개편으로 인해 감세액은 총 33.5조원(정부의 전년도 비교방식) 혹은 90.2조원(국회예산정책처의 기준연도 비교방식)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2009년에는 '부자감세'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추가 세원을 확보하기 위한 세제개편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10.5조원의 세수증가가 예상된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하지만 진보신당측은 여기에는 금융기관 이자소득 원천징수가 부활함에 따라 납부시점이 당겨진 5.2조원이 포함돼 있어 세제개편에 따른 실제 세수증가액은 5.3조원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감세효과가 중산층·서민(43.9%), 중소기업(14.3%), 대기업(16%), 고소득층이 포함된 기타(25.8%) 순으로 귀속된다고 주장했다. 감세효과의 58.2%가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에 돌아간다는 것. 또한 2009년 세제개편안(증세)에 따라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9.5조원(90.6%), 중산층과 중소기업이 1조원(9.4%)을 부담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가 종합소득세와 근로소득세에 한정해 감세(2008년)와 증세(2009년) 효과를 종합·분석한 결과 이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상위 2%에 감세효과의 9.8%(과세표준 8800만원 기준), 평균소득 150% 이상에 감세효과의 53.7%(4800만원 기준)가 돌아간다는 것. 

문제는 국회예산처의 분석에는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중부세) 감세효과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것까지 반영하면 고소득층에게 돌아가는 감세효과는 최대 76.4%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계층별 감세액 귀속효과는 상위 2%를 기준을 했을 때 고소득층 50.1%-서민·중산층 49.9%, 평균소득 150%를 기준으로 했을 때 고소득층 76.4%-서민·중산층 23.6%으로 나타난 것.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각각 15.5조원과 23.6조원으로 고소득층에서 이만큼의 감세혜택을 누린다는 얘기다.

물론 이것은 양도소득세와 종부세의 감세효과가 모두 고소득층에게 돌아간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양도소득세와 종부세의 성격, 그간 관련 세제개편 내용을 헤아릴 때 '오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층-저소득층 간 감세효과 격차 최고 250배... "정부의 눈속임" 지적

앞서 언급한 감세효과 결과는 1가구당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감세효과 격차가 최고 250배에 이른다는 또다른 분석결과와도 궤를 같이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분석한 결과, 소득이 가장 적은 계층인 1분위는 감세효과가 4000원에 그친 반면, 최고소득계층인 10분위는 1백만 3000원으로 나타났다. 1분위와 10분위의 감세효과 격차가 무려 250배에 이른 것이다.

다만 정부가 2009년 세재개편안에서 고소득층의 기준으로 삼았던 소득 4800만원(평균소득 150%)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소득 상위계층인 9~10분위(약 80만원)와 하위계층인 1~2분위(1만 7000원)의 감세효과 격차는 4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승수 의원은 "정부가 2008년 감세안과 2009년 증세안의 고소득층 기준을 달리 적용해 마치 서민에게는 감세를 많이 해주고 부자에겐 세금을 많이 거둬들이는 것으로 그 효과를 과장하고 있다"고 '정부의 눈속임 의혹'을 제기했다.

2008년 감세안을 발표할 때는 서민·중산층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고소득층의 기준으로 과세표준인 8800만원을 내세운 반면, 2009년 증세안을 발표할 때는 서민·중산층 비중을 줄이기 위해 4800만원 이상을 고소득층으로 분류한 것.

조 의원은 "이러한 눈속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세금감면액의 상당부분이 부유층에 돌아가는 부자감세라는 점이 재확인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