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9. 21:07

KBS, 친일인사 유족 반발 유독 강조

8일 동아일보 설립자 인촌 김성수, 현 방씨일가의 조선일보 설립자 계초 방응모, 박정희 전 대통령, 장면 전 총리, 위암 장지연 선생 등 한국 현대사의 정치·언론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것에 대한 방송3사의 보도엔 미묘한 시각차가 나타났다. 또한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착공 결정에 대해서도 방송사들은 차이를 보였다.

친일명단 수록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보도를 한 곳은 KBS였다. MBC가 톱뉴스, SBS가 세 번째 뉴스(SBS) 등 큰 비중을 둔 타 방송사와 달리 이날 KBS < 뉴스9 > 에서 이 소식을 7∼8번째 뉴스 두 건으로 다뤘다.

▲ 지난 8일 방송된 KBS < 뉴스9 >

KBS는 7번째 뉴스'친일 4,389명 공개'에서 친일인명사전에 "4300여 명의 이름과 친일행적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면서도 방응모 전 조선일보 사장의 등재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박정희·장면 등과 장지연·김성수의 친일행적만 한마디로 요약해 전했다.

KBS, 유족·보수단체 반발만 강조

KBS 뉴스의 압권은 이어진 8번째 뉴스 '후손들 강력 반발'이었다. KBS는 친일인명사전 공개에 대한 반응을 듣겠다면서 후손들과 보수단체 등 반대하는 목소리만 담았고, 반론은 짤막한 민족문제연구소의 한줄짜리가 전부였다.

KBS는 "인민재판 중단하라!"는 박정희바로알리기국민모임(대표 김동주) 등 단체의 시위 장면을 시작으로 김 대표의 연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의 변호사 인터뷰, 장지연 선생의 증손자 장재수씨의 "사실적 객관적 자료에 근거해야 한다" "법적 투쟁을 통해 명예를 되찾겠다"는 인터뷰를 잇달아 나열한 뒤 맨 마지막에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의 "이들의 친일행적은 만인이 알고있다"는 5초짜리 인터뷰를 붙였다. KBS는 리포트 마지막에는 "100건이 넘는 이의신청과 각종 소송 끝에 발간된 친일인명사전, 앞으로는 명예훼손 소송이 잇따르며 본격적인 법정 싸움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며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를 압박했다.

KBS는 이어 다음날인 9일 아침 < 뉴스광장 > 에서는 4번째 리포트('친일 공개…후손 반발') 한 꼭지로 다뤘다. KBS 홈페이지에는 KBS 역사에 대해 일제강점기인 1927년(2월16일) 경성방송국(JODK) 개국으로 라디오 방송을 시작한 뒤 해방후 48년에야 국영방송(KBS)으로 발족했다고 나와 있다.

▲ KBS 홈페이지에 있는 KBS의 역사

MBC 톱뉴스로 "김성수, 대동아전쟁 참전촉구"

이에 반해 MBC는 8일 < 뉴스데스크 > 톱뉴스와 두 번째 뉴스로 배치하는 등 상대적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MBC는 '8년만에 친일인물 집대성'에서 박정희와 장면, 장지연을 비롯해 장지연, 김성수, 안익태, 홍난파, 최승희, 김동인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인촌 김성수의 경우 "대동아 전쟁에 참전하라"고 촉구하는 글을 여러 차례 썼다고 보도했다. 방응모 전 조선일보 사장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MBC는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대한 반응을 다룬 두 번째 리포트 '친일인명사전, "뜻깊은 일".."편파"'에선 일방적인 KBS의 리포트와 달리 "크게 엇갈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 지난 8일 방송된 MBC < 뉴스데스크 >

MBC는 "지난 2004년에는 정부가 예산 지원금 5억 원을 삭감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시민들이 불과 열흘 만에 5억 원의 성금을 모아 발간 비용을 댔고, 후손들의 이의신청과 소송이 이어지면서 예정보다 1년이나 지나 발간"된 점을 전제한 뒤 "뜻깊은 일"이라는 독립유공자 후손 장병화씨와 "선정기준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박지만 씨 변호사 인터뷰를 나란히 반영했다. MBC는 9일 < 뉴스투데이 > 에서는 세 번째 소식으로 관련리포트 1건을 보도했다.

SBS는 8일 < 8뉴스 > 3∼4번째 뉴스로 다뤘는데 첫 리포트는 어깨걸이 제목없이 앵커의 멘트로 시작해 눈에 띄었다. SBS도 박정희 장면 김성수 안익태 최승희 등을 소개했다.

SBS 보수-진보 단체 충돌 전해

SBS는 이어진 네 번째 리포트 '우여곡절 8년..논란 예상'에서 이날 "발표 장소 옆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명단에 포함된 것을 두고 보수-진보 시민단체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후손들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BS는 위암 장지연 기념사업회의 반발과 박지만씨 변호사의 인터뷰, 이에 대한 "네티즌의 국민성금이 큰 힘이 됐다"는 박수현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책임연구원의 인터뷰를 실었다. SBS는 "가처분 신청을 냈던 일부 유족들이 본안소송을 제기할 움직임도 보여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마무리했다. SBS 역시 9일 아침뉴스인 < 모닝와이드 > 에서 세 번째 뉴스 '이런 사람 이런 '친일''이라는 리포트 1건을 방송했다.

이와 함께 이날 방송 뉴스의 비중을 차지한 소식은 정부의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 통과였다. 이를 가장 크게 보도한 곳은 KBS였다. KBS는 8일 < 뉴스9 > 에서 톱뉴스('4대강 사업, 모레 본공사 착수')로 이를 전했다. 앵커멘트로 "4대강 사업 본공사가 모레 시작된다"고 알린 뒤 기자 리포트에선 "16개 보 공사에는 1조 4천여억원이 투입되고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등 대형 건설사 컨소시엄이 참여한다"고 보도했다.

▲ 지난 8일 방송된 KBS < 뉴스9 >

KBS는 이어진 두 번째 리포트 '4대강 환경영향 평가 논란'에서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4 계절별로 제대로 평가하려면 1년정도 걸리는데 3달 만에 결론을 내는 건 무리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는 "보 운영 방안이 마련 안된 상황에서 정부가 수질개선을 예측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는 주장"이라며 "3년 안에 22조 원을 들여 전 국토의 물 환경을 바꿀 4대강 사업, 속도를 내면 낼수록 반대목소리도 커지는 양상"이라고 비판했다.

4대강 보도, 방송3사 모두 '졸속' 비판

MBC도 이날 < 뉴스데스크 > 6번째 '환경부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 통과‥반발'에서 "4대강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인데, 환경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며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의 평가보고서가 수질 악화와 생태계 피해를 막을 수 없는 반쪽짜리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 지난 8일 방송된 MBC < 뉴스데스크 >

MBC는 운하백지화국민행동 등이 "30조 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5달 만에 평가하는 것도 절차상 편법이라고 주장했다"며 "수질 개선을 위한 예산이 6조 6천억 원에서 3조 9천억 원으로 줄었는데도 수질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본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7번째 리포트 '4대강 모레 착공'에서도 "공사업체 간 담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며 민주당의 예산 대폭 삭감 방침과 "지난 6월 하순과 7월 초에 대기업인 주간사와 일부 컨소시엄 구성사들의 파트별 담합 회의가 수차례 있었다"는 이석현 민주당 의원의 인터뷰를 전했다. SBS도 같은날 < 8뉴스 > 9번째 뉴스 '4대강, '환경 관문' 통과'에서 "4대강 사업 문제를 환경부가 제대로 짚지 못했다는 비판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종시 보도, MBC는 '홀대'?

한편, 정부가 세종시 문제에 속도를 내겠다는 소식은 이날 KBS와 SBS만이 보도했다. KBS는 < 뉴스9 > 세 번째 '행복도시 세종, 해법찾기 속도전'에서 "정운찬 총리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이번 주 회동을 갖고 세종시 문제를 본격 논의한다"며 "한나라당도 의원 10여명이 참여하는 세종시 논의기구를 곧 발족하기로 하고 정의화 의원을 위원장에 내정했다"고 전했다.

▲ 9일 방송된 SBS < 모닝와이드 >

이에 반해 SBS는 < 8뉴스 > 여권의 이런 움직임을 비판하는 리포트를 실어 KBS와 대조를 보였다. SBS는 "한나라당이 세종시 문제를 논의할 당내 TF 위원장에 중립 성향의 4선, 정의화 의원을 내정하고, 이번 주 중반까지 TF 구성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대안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친박계는 TF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SBS는 "민주당과 선진당도 한나라당의 '세종시 TF' 구성에 대해 '여당이 정권의 거수기 역할을 하기 위한 본격 행보에 들어간 것'이라며 TF 해체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MBC는 이날 메인뉴스에서는 보도하지 않은채 다음날인 9일 아침뉴스 < 뉴스투데이 > 8번째 '세종시 국무총리실 '타당성' 용역 의뢰'에서 "정부는 오늘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세종시 관련 연구기관 간담회를 연다"며 "내년 1월까지 구체적인 수정안이 마련돼야 하는 만큼, 용역보고서는 늦어도 올해 말까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 / 조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