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일기 Z, 좀비 어파클립스
종말일기Z - 마넬 로우레이로 지음, 김순희 옮김/황금가지 |
같은 좀비 소설이라 자연스레 비교가 되는데 `세계대전 Z` (월드 워 Z)가 인터뷰 형식의 다큐멘터리 소설이라면 이 `종말일기 Z`는 일기형식으로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까 스페인 국민이자 시민의 한 명으로서 1인칭 시점으로 보는 러시아 다게스탄에서부터 일어난 모종의 사건이 유럽과 중동,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정체불명의 소요사태에 대한 이야기는 빠르고 실감나게 시작한다. 스페인 폰테베드라 출신의 작가 마넬 로우레이로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좀비로 망해가는 세상 이야기를 사실적이고도 실감나게 연재하여 큰 인기를 얻었고, 그것을 3부작으로 엮은 것이 이 책이다.
세계대전 Z는 좀비의 엄청난 위협이라는 광풍이 몰아닥친 후 전 세계의 안전이 어느 정도 확보된 근 미래에 세계 각국의 정, 제계 인사들과 군사전문가, 과학자, 일반 생존자 등 살아남은 사람들 중 다양한 인종과 직업의 사람들이 UN의 ‘전후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모여 그들이 겪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건 책으로 읽지 않고 영화를 봤었는데 다른 관련 영화들과 달리 피가 나오는 장면이 없는 깔끔함에 다소 거북함을 느끼지 않고 관람을 할 수 있었다. 뭐, 피칠갑이 나와도 별 상관은 없지만.
각국 정부의 통제로 인해 정확한 사태의 내막과 진행과정을 알 수 없고, 뉴스마다 각기 다른 정보와 추측들만 난무하는 사이에 사태의 원인은 몇 가지로 압축되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에볼라 혹은 그 변종 바이러스, 원인 불명의 출혈열, 신종 조류독감, 공수병 관련 바이러스, 마르부르크 바이러스, 필로 바이러스 등등이 제시되었지만 그 어떤 것도 분명치 않다.
급기야 상황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가더니 러시아는 나라 전체가 봉쇄되었고, 유럽 각국 정상들의 당혹스러운 모습이 비춰지는 화면들을 통해 계엄령이 선포된다. 그나마 오늘날 최고의 정보원인 '인터넷'을 통해 조금씩 대재앙의 진정한 원인과 모습들이 밝혀지는데 오늘날과 같이 전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엮인 현실에서 이러한 확산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바로 '비행기'였다.
세계대전 Z도 그렇고 올 여름 `좀비`가 갑자기 뜨는 이유는 어쩌면, 특히 스페인에서는 빈집들이 넘처나면서 집값도 고점대비 반토막 이하로 주저 앉은 상황이라 사람들의 심리에 이런 파국적이고 재앙적인 상념들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어느덧 속속 공표되는 정부당국의 발표에는 이 엄청난 재앙이 이미 유럽 전역으로 퍼졌지만 여전히 원인과 전염경로는 원인불명이라는 말만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마저 정보검열이 시작되었다.
이런 사태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요소는 폭동과 약탈이다. 영화의 화면을 통해 보는 것과 달리 책의 내용을 읽는 것으로도 그 장면 장면들이 떠오르며 심각성이 현장감 있게 전해온다. 그리고, 종래에는 모든 국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공항이 폐쇄된 상황에서 모든 법체계가 무용지물이 되며 결국 완전군장과 실탄사격을 선보이는 군대가 나서게 된다. 이게 약 2주 동안 급속하게 일어난 일이고 이제 겨우 책의 도입부를 지났을 뿐이다. 세상은 얼마전과 달리 완전히 변했다. 그래도 아직 주인공은 회사에 출근할 생각을 하는 상황이고, 일기는 계속된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드는 생각들 중에 현 인류가 얼마나 모든 것을 전기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면서 올 여름 블랙아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또 하나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책에서도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군대의 지시에 따라 안전지대로 피신해 모일 것인지 아니면 혼자 남아 독자적인 생존전략을 세워나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지만 이런 건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이다.
과연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가 그렇지 않은가. 후자를 선택한 주인공의 앞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점으로 동료가 좀비에게 물린 후 죽은 다음 다시 좀비로 변해가는 그 12분 간의 과정을 바로 옆에서 자세하게 관찰하고 실감나게 묘사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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