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맨드 앤 컨커(Command and Conquer)의 계보와 진화
1994년 가을. 펜티엄이 나오기 전의 최고 사양 중에 해당하는 486 DX-100 PC를 구입한 친구집에 갔다가 '듄(Dune) 3'라는 게임을 보고 재미있겠다 싶어 복사해서 한 때 많이 했었는데, 그 해 겨울 게임잡지를 보다가 우연히 듄 씨리즈를 개발한 회사에서 획기적인 게임을 1995년 초에 출시한다라는 기사를 읽었다. 많은 기대와 함께 출시가 되면 구입을 하려고 마음 먹었었다.
1995년이 오고 여름이 다 되어갈 무렵, 'Westwood & Virgin'사에서 나온 이 게임이 국내에서 유통되어 일제히 시판되기 시작했고, 아마 내가 이 게임을 제일 처음 구매한 사람들 중 한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때 내가 컴퓨터 유통업체에 근무했기 때문이며 이 게임이 나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기 때문이다. 게임의 제목은 `커맨드 앤 컨커(Command and Conquer ; C&C)`였다.
약간 먼 미래를 배경으로 테러 집단인 `NOD 동맹`(Brotherhood of NOD)과 `지구방위대`(GDI ; Global Defense of Initiative)간 전쟁을 다룬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게임이다. 이 게임 이전에도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몇몇 나왔지만 이 게임이 당시 게임시장에 있어서 또 짧은 게임의 역사에 커다란 획을 긋지 않았나 싶다.
당시로서는 놀라웠던게 게임에서 처음으로 실제 배우들을 등용해서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게임 intro화면이나 데모 클립, 그리고 게임 사이사이의 스토리 화면은 전부를 그래픽으로 처리한 '스타 크래프트'의 그것과 비교해서 한 수 위라고 말할 수 있으며 주저없이 박수를 보내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마치 실제로 전쟁을 지휘하는 사령관의 전략 수립을 체험하는 것 같은 재미와 그 모든 것을 뒷받침 할 수 있는 탄탄한 시나리오까지...
2가지 진영을 가지고 게임을 하면서 GDI를 선택하면 당연히 `정의의 구현`이라는 기치 아래 테러리스트 집단을 응징하고 지구에 평화를 가져와야 하며, NOD를 선택하면 이 지구에 질서의 재편이라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새로운 세상을 만들게 된다. 자, 어느 편을 선택하든 게이머는 상대편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엔돌핀이 솟는 재미에 신선놀음이 뭔지를 알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하면, 내가 이 게임을 구입하는 것을 보고 나보다 나이 많던 다른 직원이 애도 아니고 무슨 게임이냐고 하더니만 6개월 후 근무시간에 이 게임에 열중하며 나보고 왜 진작 이 게임이 재미있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하는 소릴 듣고 황당했던...
이 게임에서 자원 채취는 좀 독특한 방법을 쓰는데 우주의 물질로 게임에서 소개되는 `타이베리움(Tiberium)`이라는 광물을 케어서 `정제소(Refinary)`로 가져오고 정련 과정을 거치면 `달러`로 환산되어 건물을 짓거나 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 `스타 크래프트`도 AI가 우수한, 훌륭한 게임이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인기있는 게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이 해보지를 않았고 그래서 잘 하질 못한다. 오히려 C&C가 더 내게 맞는 게임이고, 그러다보니 이 게임을 더 좋아하는데 그건 아마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때문일 것이다. 게임에는 아기자기한 맛도 있어야 된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랄까...
한 가지 더 비교하자면 이 게임에는 `메딕`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대신에 `공병`이 출현한다. 이 공병의 역할은 바로 적의 기지에 침투하여 적의 기지를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것인데 적의 기지를 빼앗을 때 느끼는 쾌감이 실로 대단하다. 적의 정제소를 빼앗으면 적의 자원이 우리 것이 되고, 적의 배럭이나 무기생산 공장을 빼앗으면 적의 무기로 적을 공격할 수 있어 게임 진행에 많은 변수의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게 정말 쉽지 않다. 게다가 코만도가 등장하는 미션에서는 감탄이 연발로 나오는데 이는 직접 게임을 해봐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게임에는 이 게임만의 전략과 재미가 존재하며 또한 아주 현실적인 모티브와 생산되는 건물 그리고 무기 체계 역시 일부 미래적인 상상력이 동원되긴 하지만 상당히 현실적이다. 스타 크래프트와의 차이점이라면 단순함과 복잡함의 차이라고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겠는데 무슨 말이냐면 이 게임에서는 건물을 한 번 지으면 업그레이드나 자체내의 개발이 없다. 그리고 한 번 생산된 유닛도 더이상 업그레이드 없이 그 자체로 싸운다. 물론 많이 부서지면 수리가 가능한데 이때는 정비공장에 들어가서 수리하게 된다. 아무튼 거의 모든 것이 아주 현실적이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차차 앞의 미션에서는 등장을 하지 않았던 새로 연구, 개발된 건물들과 신무기들이 등장을 해서 보다 강력하고 다양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데, 양쪽 진영의 무기가 아주 상이하다. GDI는 주로 험비같은 경량의 기관총 부대 부터 탱크, 맘모스 탱크, 전투기를 능가하는 `올카` 헬기부대에 보병도 일반 소총부대와 수류탄 부대로 나뉘며 기지 방어로는 기관총 방어탑과 미사일 방어탑, 그리고 해당지역을 초토화시키는 전폭기 지원모드에다가 적의 간담을 떨어뜨리는 무서운 신무기, `위성 ion캐논포`까지...
그리고, NOD는 로켓포를 장착한 기동 오토바이와 둔버기 기동부대에 사정거리 무제한 야포부대, 꼭 에어울프를 닮은 무장 공격 헬기부대, 일반 소총부대와 바주카 부대로 나뉘며 양쪽 진영을 통틀어 최고의 신무기인 `스텔스 탱크`로 포진한 데다가 기지를 방어하는 `레이저 오벨리스크`를 가지고 있으면 적이 감히 공격을 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군대를 만들 수 있다. 이 게임에서도 `유닛의 조합`이라는 중요한 명제가 대두된다.
이 게임의 후속작으로 `커맨드 앤 컨커, 비밀임무`도 출시되었으며 보다 넓어진 지역에서 한층 강화된 미션으로 적과 마주하게 된다. 이 게임엔 희안한 이스터 에그가 있어서 게임을 실행시킬 때 특정 단어를 같이 입력하면(DOS용 게임이었다.) 적은 나오지 않고 온통 공룡만 나와서 공룡들 하고 전투를 벌이는 쥬라기 전쟁을 할 수도 있다. 이 후로도 '커맨드 앤 컨커 레드 얼럿1, 2'가 계속 출시되었고, 'C&C 레니게이드'라는 1인칭 슈팅게임으로 재탄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커맨드 앤 컨커 원작의 뒤를 잇는 `커맨드 앤 컨커 : 타이베리안 썬(Tiberian Sun)` 이야말로 원작을 뛰어넘는 훌륭한 게임이었다. 원작에서 마지막 NOD의 본거지를 폭격할 때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우두머리 '케인'이 다시 NOD조직을 재건해서 얼마간 평화로웠던 지구에 다시 전쟁의 불씨를 지피는데...
기가 막힌 무기체계와 유닛의 등장으로 보다 더욱 재미있어진 게임이었다. 이후 나온 확장팩 `타이베리안 썬 파이어 스톰(Tiberian Sun Fire Strom)`에서부터는 게임의 난이도가 살짝 어려워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재미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후속작으로 `커맨드 앤 컨커 : 제네럴(General)`이 지난 2003년 출시가 되었는데 아직까지 매니아 층에서 인기를 얻었으며 역시 재미있게 해봤던 게임이었다. 미국, 중국, 아랍 연합이 가까운 미래에 묘하게 엮여서 전쟁을 벌이는 시나리오로 진행이 되는데 한 가지 아주 흥미로운 점은 미국이 아랍에 `대테러 전쟁`을 선포한 시점에 이 게임이 출시되었다는 것이다.
향후 세계의 정국을 예견했다라는 평까지 들으면서 나온 이 게임에서 미국의 장점은 `첨단 하이테크` 기술로 무장한 막강한 화력의 신무기이고, 중국은 그 유명한 `물량공세`, 그리고 아랍연맹은 `게릴라적인 기습과 암중비동의 전략`으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게임은 지금 `커맨드 앤 컨커 3, 타이베리움 전쟁(Tiberium Wars)`까지 출시가 되어있고, 현재 아주 재미있게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픽은 이전 씨리즈들과는 그 차원을 달리하고 있고, 출연하는 배우들도 우리에게 낯이 익은 유명배우들이다. 그리고, 현재도 문제가 되고 있는 지구의 우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면서 영원한 맞수 GDI와 NOD의 오늘도 계속되는 전투가 펼쳐진다. 그리고, 올해 2010년에 씨리즈 4편이 출시될 예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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