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7. 00:03

새해 초반에 함께 한 영화 호빗(Hobbit) 2, 스마우그의 폐허(Desolation of Smaug)

원래 작년 12월 12일 개봉하는 날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그동안 뭘 한다고 이제서야 보러 갔는지. 하는 거 없이 바쁘다는 말이 있긴 합니다. 보통 계획을 세운다고 그대로 다 되는 건 아니죠. . 라는 자기합리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영화는 시작을 하고 전편의 마지막 장면 이후로 이야기가 이어지므로 시시각각 조여오는 오크족 별똥부대를 피해서 외로운 산을 향해 가는 여정이 계속되는데 첫 부분에서 오크들의 추격으로부터 안식처를 찾아가는 장면은 며칠전 스팀에서 무료로 배포를 하기도 한 게임 `레프트4데드`에서 좀비들을 피해 안전가옥으로 피신하는 장면이 연상되었습니다.

비교적 짧은 분량의 원작 소설과 반지의 제왕이 보여준 압도적 규모에는 못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2부작 정도로 만들었어도 적당했겠다고 생각하지만, 얼마 후 개봉할 마지막 3편 이전에 1편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이번 개봉작을 안볼 수 없는건 제작자의 치밀한 의도(?).

어쨌거나, 소설의 틈새 사이에 특수효과를 도입하여 멋진 볼거리와 감독이 마련한 이야기로 메꾸어 놓은 후속작은 나니아 연대기 씨리즈에서도 원작에서 볼 수 없거나 부족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대규모 전투에 대한 묘사와 CG 특수효과를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유감없이 발휘했듯이 오늘날의 놀라운 기술력으로 인해 고전 모험 소설들이 멋지게 재탄생되었습니다.

혹여 `북유럽 신화`를 읽었거나 내용을 알고 있다면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을 보는 색다른 즐거움을 가질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망토를 두르고 챙이 넓은 뾰족한 모자를 쓴 긴 수염의 간달프는 방랑하는 전투 마법사의 컨셉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모습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신 `오딘`이 궁전을 떠나 밀행을 할때의 변장한 차림새를 연상케 합니다. 차이점이라면 '궁니르'라는 오딘의 전용무기인 긴 창 대신 지팡이를 짚고, 한쪽 눈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죠.

<뒤에는 `오크 푸`라고>

또, 욕심많고 이기적인 난쟁이 드워프족들이 있는 곳에는 금, 은, 보화를 비롯한 여러가지 보물들이 엄청 많으며 용이 여길 습격해 모두 죽이거나 내쫓고 차지하여 그 보물들을 지킨다는 설정과 범상치 않은 힘이 깃들여져 있는 여러가지 검이나 칼들. 그리고... 끝내 주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파멸의 절대 반지까지.

<용은 둘째치고, 이 많은 보물들 중에서 아르켄스톤을 어케 찾지..>

1편에서 긴장감을 주는 요소였던 오크 무리들의 끈질긴 추격과 맛보기 탐색전에 이어 이번 2편에서는 드워프족이 엘프족과 왜 그렇게 사이가 나쁜지, 반지의 제왕에서 김리가 레골라스에게 겉으로 허장성세나마 왜 그토록 지기 싫어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고, 골룸에게서 훔친 반지로 인해 점점 반지에 집착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빌보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이 반지에 대한 집착 때문에 용감해짐. 그래도 용을 상대하는데 있어 이 반지가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

<한 번 눈 질끈 감고 담글까..>

영화 중반에 난쟁이들이 수중전(?)을 벌이는 동안 엘프들은 일당 백의 전투력으로 육지에서 육박전을 벌이는데 움직임이 아크로바틱 예술의 경지에 다다랐음. 그러다 난쟁이들 중 한명이 쓰리쿠션을 넘어 무한쿠션으로 오크들을 깔아뭉개다가 깨진 커다란 술통을 갑옷삼아 무한회전 토네이도 칼 휘두르기에 오크들 추풍낙엽인데 그렇게 돌다가 머리가 돌지 않을까 살짝 걱정되었음.

<뭐? 우리가 추풍낙엽이라구? 일루함 와봐~!!>

작품 후반 드워프들의 거처였던 용이 지키고 있는 산 속의 거대한 대장간을 보면서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Heroes of Might and Magic) 5`편에 나왔던 드워프족의 지하 광산과 그 모습이 어찌나 닮았다고 연상이 되던지 그리고 거기서 해봤던 드래곤 퀘스트가 자꾸만 겹쳐서 보이더군요.

<용이 있다구??>

 <그래 여깄다!! 핡~>

<아오~, 내가 이런 마법만 있었어도 저따위 용쯤은..>

<여기서 문득 `반지의 제왕` 그림자가... 이건 아라곤과 김리..??>

전편 도입부에서 꼬리만 대~충 그림자로, 마지막 부분에서 커다란 눈까리만 맛보기로 보여줬던 용은 이번 작품에서 원없이 그 쌩얼과 몸통을 보여줍니다. 용의 움직임이 굉장히 자연스러우면서 말도 참 잘하네. 거기다 불뿜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 용의 피부는 뭘로 뚫어야할까. 섣불리 덤벼들었다가 화만 돋구는 바람에 엄한 호수마을만 덤탱이를 뒤집어 쓰게 생겼으니...

막판에 오크족 대군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걸 보니 올 12월에 개봉하는 마지막 3편에서 대규모 전쟁씬이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올해는 대규모 전투씬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좀 눈에 띕니다. 다만 밀려오는 오크 대군에 맞설 우리편은 어디에..?? 그리고, 간달프는 또 우짜지? 오우~, 싸우론! 이때부터 야심을 드러내며 준비하고 있었써~!!

 두 개의 다른 평행 세계가 이렇게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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