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퀘스천. 우리 시대의 31가지 큰 물음들
김대식의 빅퀘스천 - 김대식 지음/동아시아 |
서문이나 머리말 등이 전혀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구성이 괜찮게 보여 바로 내용에 몰입할 수 있었던 책에서 제일 처음으로 다루고 있는 '존재는 왜 존재인가?'에서는 무에서 유가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다는, 종교에서 말하는 신의 존재 관념과 비슷한 맥락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양자역학적 초끈 이론에서 말하는 선 빅뱅(pre-bigbang)에서도 최초의 우리 우주는 한 점이 아니라 플랑크 크기의 공간에서 시작했다는 설명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먼 곳을 그리워하는 것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다르면서도 같은 것이고 떠나는 것은 결국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아온 존재는 떠나기 전의 그 존재와는 이미 다르다. 또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편에서는 대한민국의 삶부터 시작되는 여러 예제들 중 보스트롬 이야기가 제일 마음에 들었고, 그 다음 파스칼 이야기와 루이스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다.
'친구란 무엇인가'편에서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수 있었으며 '삶은 의미있어야 하는가'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질문이 있다고 해서 항상 답이 있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논리`라는 것은 진정한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뇌 안에 존재하는 기호들 사이의 형식적 꼬리물기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저자의 설명은 신선했으며 이것으로부터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 책에는 물음들이 많지만 그 모든 질문들 전부에 관한 명쾌한 해답은 없다.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한 것이 여기에 대한 정답은 누구도 쉽고 명료하게 내릴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는 것만으로도 누구에게는 가지고 있는 의문에 대한 접근 방법이나 당면한 상황에 대한 어떤 대안 혹은 해결 방안의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다고 본다. 결국 우리는 모두 각자의 우주라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기에.
만약 우리 뇌 안에 있는 모든 정보를 컴퓨터에 저장하면 페타바이트 규모의 용량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렇게 했을때 우리는 과연 육체의 유무를 떠나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다면 그것도 일종의 영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영화 `루시`를 본게 우연이었겠지만 아무튼 공교롭고도 인상적인 느낌이 중첩되었다.
만약, 영화 어벤저스 2의 울트론처럼 지구상 현존하는 모든 정보를 습득한 인공지능이 있다면(책에는 1.3조 기가바이트의 용량이라고 나와 있다) 과연 인류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영화에서 처럼 지구 - 인류일까, 아니면 지구 + 인류를 용인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려면 인류는 인공지능을 만들면서 인류를 해치지 못할 어떤 명령을 심어야 하겠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진화하는 인공지능에게 이와 같은 안전장치는 언젠가 결국 무의미한 규칙으로 바뀌게 될 공산이 크다.
인생이란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동안 흘러 없어지는 바로 그것이다.
Life is what happens to you while you're busy making other pl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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