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18. 18:05

'예금과세 조건 구제금융' 키프로스에 무슨 일이?

키프로스가 유로존·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5번째 국가가 됐지만 '예금 과세'라는 이례적 조건으로 파문이 크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최근 키프로스에 대한 100억 유로의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다. 대신 모든 예금계좌에 일회성 부담금을 물리기로 했다. 이에 예금자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뱅크런(예금 대량인출)도 촉발됐다. 키프로스가 현재 처한 상황과 구제금융 배경 등을 문답으로 풀어봤다.

-- 키프로스는 어떤 나라인가
▲ 지중해 동부에 자리한 총 면적 9251㎢의 작은 섬나라로 터키 남부 지역과 인접해 있다. 인구는 113만8000여 명으로 그리스계 주민이 77%, 터키계 주민이 18%를 차지한다. 1974년 그리스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이에 맞서 터키 정부가 터키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북부 지방을 점령하면서 남북으로 분단됐다. 국제사회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인 그리스계 남키프로스(키프로스 공화국)를 섬 내 유일한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 국제경제에서 위상은
▲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 가량으로 작은 편이다. 유로존에는 2008년 진입했다. 키프로스의 2012년 구매력평가(PPP)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235억7000만 달러(26조3000억원)로 세계에서 125위다. 국가 경제의 5분의 4가량을 관광업과 금융서비스 등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 재벌과 부호들에게 '조세 피난처' 역할을 하는 등 러시아와 관계가 돈독하다.

-- 위기의 발단은
▲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키프로스는 건실한 재정 운용과 높은 성장률 등으로 경제가 탄탄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랬던 키프로스가 구제금융 사태에까지 내몰린 것은 유로존 위기의 진원지 그리스에 금융과 경제를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특히 키프로스의 양대 은행은 그리스 국채의 주요 보유자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키프로스 GDP의 160%에 달하는 금액이 그리스 국채에 투자돼 있다. 키프로스는 지난해 6월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 '예금 과세'는 무엇인가
▲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지난 주말 키프로스에 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신 모든 국내 예금 계좌에 일회성 부담금을 물리기로 했다. 10만 유로 이상 예금에 대해선 9.9%, 그 이하 예금에 대해선 6.75%를 뗀다. AFP 통신은 "은행에 어떤 식으로든 돈을 맡겨놓은 사람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숨을 곳은 없다"고 전했다. 키프로스는 이를 통해 은행 자본 확충 등을 위한 자금으로 약 58억 유로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키프로스 국내 반응은
▲ 키프로스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은행권에 대한 자금 수혈이 끊길 것이기 때문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서민 예금자들까지 유로존 위기의 짐을 떠안게 되는 셈이기 때문에 키프로스 내에서 반발이 거세다.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은행 예금이 타깃이 된 것도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포브스는 "시민의 지갑에서 직접 돈을 꺼내 가기로 한 것은 키프로스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메트로 / 조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