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사 크리스티 추리소설, `쥐덫`
오래전에 TV에서 단막극장 형태로 스튜디오에 세트를 설치하여 이 `쥐덫`을 방송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의 개콘처럼 계속 이어가지는 못했고, 단발성에 그친 시도였지만 출연했던 배우들은 이름있는 연기자들이었고, 그들의 연기와 열정은 수준 높았으며 꼭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연극무대 공연을 재미있게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서양식 저택의 크고 세련되어 보이는 세트 안에서 펼쳐지는 내용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사람들의 드러나지 않는 복잡한 심리, 그리고 범인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감의 표출로 비롯되는 갈등에 몰입되다 나중에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과 반전이 놀라웠던 점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게 너무 오래전이라 자세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아 이번에 `ABC 살인사건`을 읽고 나서 이 작품까지 읽어봤는데 마침 그때의 방송 설정이 지금처럼 비가 많이 올 때를 배경으로 했던지라 태풍으로 비가 오는 날에 그와 비슷한 상황의 날씨 속에 저택 안에서 벌어지는 쓰릴러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 소설의 배경은 눈보라가 매우 휘몰아치는 극심한 추위의 겨울왕국이다. ABC 살인사건이 광범위한 여러 지역에서 연이어 일어났다면 쥐덫은 처음부터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고, 그것으로 인해 몽스웰이라는 이름의 하숙을 하는 큰 저택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좀 아기자기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 하나의 사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심적 불안이 엮여져 있으며 또, 어떤 일들이 감추어져 있을까. 하숙을 하기로 계약했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감당하기 힘든 날씨를 피해 예고없이 찾아온 손님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인물들 간의 관계는 점점 더 복잡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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