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석(七夕)에 즈음하여
연일 무더위가 밤낮으로 계속되던 올 여름 폭염도 며칠간 계속 내린 비 덕분에 한 풀 꺽인 모습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번 달 말이나 다음달 초반까지는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하늘은 점점 높아져가면서 어느샌가 매미소리 대신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며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되는 순간도 올 테죠.
이미 밤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며 밤 공기는 서늘해지기 시작해서 이럴때 이불 안 덮고 자면 감기 걸리니 조심. 하지만, 그래도 당분간 낮에는 매미소리와 함께 많이 덥겠네요. 다른 소음들은 듣기가 싫지만 이상하게 매미소리와 귀뚜라미 소리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고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앞으로는 이른 저녁부터 하늘을 보기 시작하면 봄철 별자리부터 여름철 별자리를 지나 가을철 별자리인 '페가수스의 사각형'과 '안드로메다'네 식구들까지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얘기할 이야기는 단연 여름철의 별자리이죠. 대표되는 별자리로는 '여름철의 대삼각형'으로, 여기에는 동서양에서 공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이미지는 클릭하면 크고 자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음력 7월 7일 '칠석'입니다. 이 날은 일년에 한 번 있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입니다. 대삼각형에서 견우가 있는 자리는 '독수리 자리'이고, 직녀가 위치하고 있는 별자리는 '거문고 자리'가 됩니다. 나머지 하나는 날개를 활짝 편채 천정을 우아하게 가로질러 헤엄치고 있는 '백조자리'.
서양에서 견우는 '알타이르'로, 직녀는 '베가(Vega)'로 지칭하는데, 특히 이 베가는 '여름의 여왕'이라고 불립니다. 이때는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서양엔 거문고가 없으므로 직녀가 있는 별자리를 '리라(Lyra)'라고 하는데 하프와 비슷한 악기입니다.
위 이미지에서 화면 중앙에 큰 직감 삼각형을 찾아보세요. 안 보인다면 아래 이미지 참조하시길.
견우는 태양보다도 크지만 회전이 워낙 빨리 럭비공처럼 엄청 찌그러져 있는 좀 특이한 별입니다. 직녀가 있는 별자리를 쌍안경으로 보면 밝은 별 아래 평행사변형의 네 별이 보이는데 너무 아름다운 광경이죠. 고개를 들어 밤 하늘의 꼭대기 천정을 쳐다보면 이 삼각형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전해지는 견우와 직녀 이야기처럼 서양쪽에서도 여기에 비교할 만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매우 슬펐는데 그때는 1년이라는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지던 시절이었고, 지금에 와 다시 생각해보면(노래 가사인가?)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랑의 유효기간이 3년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듯이 남녀가 갈이 붙어 살다보면 애정이 식는 순간이 오는 것을 피할 수 없으니 차라리 서로 1년을 그리워하다 한 번이지만 님을 만나보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건 나만의 개똥 사랑철학도 뭣도 아닌갑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서로가 마주보고 있으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죠. 까마귀들아, 다리를 놓아줘~.
견우는 소타고 오고, 직녀는 까마귀 다리 건너 오늘 밤 만나겠네. "서방니임~~"
칠석에 관련된 이미지를 찾던 중 이게 제일 좋아보여 살짝 땡겨왔습니다. 아래 이어지는 글도 역시 살짝 땡겨~...
삽화 출처는 http://blog.naver.com/sek53k/60039977780
● 참 좋은 날 ●
애절한 사랑과
긴 기다림 끝에 만남을 이야기하는
칠월 칠석의 견우와 직녀가 생각납니다
아마 하늘 사람들 사는 모습도
우리 인간 세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길쌈을 하여 천을 만들기도 하고
밭을 일구어 양식거리를 마련 하였던 듯
이야기 속 남녀의 직분은
다분히 서민적인 일입니다
사랑에 눈을 뜨고
점차 눈이 멀어 가면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을 소홀히 하고
마침내 벌을 받아서
일년에 한번 만나게 되니
갈가마귀와 까치 참새등이 하늘에 올라
몸과 몸을 연결한 다리 오작교를 만들면
둘은 한없는 그리움을 안고 눈물을 뿌리며
하루 밤을 만나게 그리움을 나누고
다음 날이 밝으면 다시 헤어져야 하는
운명적인 별리의 이야기 속에서
만남과 헤어짐 회자정리의 한 단면을 보게 됩니다
부처님은 법구경에서
사랑과 미워하는 것을 경계하시는 말씀으로
사랑하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지 말라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하시며
생노병사의 네 가지 고통에다가
애별리고와 원증회고 두 가지 그리고
구부득고와 오음성고를 합하여 팔고를 설하시니
삶의 전반을 흐르는 애환과 비탄이 모두
고통의 바다임을 역설적으로 증명하시는 바입니다
불교가 존재하게 되는 근원적인 문제는
바로 인생이 고통의 바다라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하여
필경에는 고통의 바다를 건너서
열반의 저 언덕에 이르러 가는 피안의 삶을
목표로 제시하는데 있습니다
바다를 건너는 길은
조각배를 타고 가기도 하고
똑딱선을 타고 건너기도 하며
조금 큰 배를 건조하여 타고 건너기도 하고
항공모함과 같은
배 같지 않은 배를 타고 건너거나
바닷물을 퍼내고 말려서 건너 가거나
우직한 사람은 아예
바다에 긴 다리를 놓아 건너기도 하지만
건너 가겠다고 마음 먹는다 해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풍랑을 만나 좌초할 수도 있으며
절해 고도에 표류할 수도 있는 일이어서
어느 것 하나 안심하고
몸과 마음을 내맡길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때에 출격장부라 할 수 있는
우리 부처님의 제자들은
바로 무저선 즉 바닥 없는 배를 띄워
바다를 뭍으로 만들고
피안을 차안으로 만들어
한걸음도 움직임이 없이
안전하게 건너갈수 있는 것이니
그것이 바로 사성제 팔정도
육바라밀의 수승한 방법입니다
차안에서 사성제 팔정도
육바라밀의 깨달음과 실천의 길은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통하지 못하는 데가 없고
이르지 못하는 부처 세계가 없어서
영겁도 한 순간이며 만리도 지척 같으니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어려울 것이 있으오리까
하릴없이 생각을 굴려 본다면
인간 세상의 일년은 몹시도 길어 보이나
하늘의 계산법 가운데는
어느 하늘의 하루가 인간 세상의 오십년
혹은 백년이 되는 하늘도 있다 하는데
인간 셈법의 일년 만에 한 번 만남은
하늘 셈법으로는 따지는 하늘의 하루로는
수백 번을 만나는 것과 같은 경우가 될 것이니
다만 그 같은 내용을 통하여
각자 맡은 직분에
충실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한
옛 사람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하겠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늘 만나고 있음에도
그리움이라는 병은 마음 속으로 깊어만 가고
우리는 어쩌면 늘 걸음마다
열반의 길을 걸으면서도
열반을 향한 애틋함만
쌓이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지금 이 자리에 모든 것이
두루 구족해 있음을 보는 사람이
정말로 깨달은 사람이요
우리 부딪히는 일과 사람마다
불사를 이루고 부처를 짓는 일임을 자각한다면
칠석의 의미가 더욱 새로워 질 것입니다
태어남은 돌아감이요 (생자 필멸)
만남은 헤어짐이며 (회자 정리)
오르고 내려감 뜨고 가라앉음이 (승강부침)
모두 하나의 두 표현이요 단어일 뿐
다른 점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늘 하루가 참 좋은 날입니다.
- 원효사 심우실에서 -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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