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의 미궁 - 끝까지 유지하는 재미와 긴장감의 연속
검은 집, 천사의 속삭임과 함께 읽었던 기시 유스케의 작품 3권 중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책으로 이 3권 뿐만 아니라 근래 읽었던 책들 중에서도 제일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게 이런 것일까. 끝까지 읽는 동안 지루함이 느껴졌던 부분은 없었으며 마지막까지 긴장감과 함께 재미를 유지한 작품이었다. 책의 두께는 비교적 얇은 편이지만 내용과 재미는 두께와는 정반대이다.
작품의 설정은 28일 후의 그것과 유사하게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가 오덴지 모르겠고,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으며 앞으로 뭐가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 게다가 현재 있는 장소까지 오게 된 경위와 이유에 대한 기억만 고스란히 사라져 버렸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또한, 이 작품이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나름의 사회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현대 사회에서 문제가 하나라도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이들 중 한명의 상황에 감정이입이 쉽게 될지도 모르는 확률과 가능성이 있어 작품으로의 몰입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인다.
묘사가 아주 이질적인 작품의 초반 배경은 유일하게 현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는 게임기에 나온 "화성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는 문구처럼 모든 것이 크림슨으로 물든 마치 화성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수도 있는 곳이지만 놀랍게도 이 곳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다. 어리둥절한 주인공이 생각을 더듬는 것을 보며 마치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서 주인공이 다른 세상으로 간 직후의 황당함을 보는 것 같다.
처음에는 어디로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든지 사건이 어떤식으로 전개되어 갈지를 모르기는 등장인물들이나 책을 읽는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이므로 독자들이 책 속의 상황에 빠져 게임에 같이 참여하는 상상과 간접경험을 누려볼 수도 있다. 다만 등장인물들은 책 속의 현장에, 읽는 사람들은 책 밖에 있겠지만. 처음에 무엇을 선택하는냐에 따라 생존게임 속에서 맡을 역할이 정해지니 이것은 마지막까지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만약 당신이라면 과연 최초에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예전 한때 월간 만화 잡지에 부록으로 딸려 온 롤플레잉 상황 이야기 책(게임 북)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컴퓨터나 게임기가 대신하고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다 선택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갈라지며 각각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는 식의 게임을 담은 책인데 이 소설에서 펼쳐지는 내용이 이런 식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진짜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 하는 리얼 서바이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주최측이 한 판 확실하고 치밀하게 부린 농간 속에서 매 순간순간의 선택이 생명줄을 좌우하는 이야기야 마지막까지 진행되어 결말이 나지만 그 뒤에 가려진 진실은 무엇일까. 그걸 알려면 일단... 책을 읽어봐야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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